『성당에는 열심히 나와 레지오 활동도 하고 불우한 이웃이나 노인들에게 봉사활동을 잘하면서도 정작 가정에서는 부모나 남편, 자녀들에게 소홀한 자매님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 놀랐습니다』
서울 동작구의 한 본당에서 사목하는 일선 사목자는 대부분의 신자들은 성당에서 열심인 만큼 가정과 이웃간에도 신자다운 표징을 보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일부 신자들 중 성당생활에 비해 가정과 이웃사랑에 비교적 인색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성당생활에 지나치게 매달려 있는 부인 때문에 남편과 시어머니, 자녀 등이 오히려 신앙생활을 기피하는 경우까지 있고 심지어 성당에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한 신자의 좋지않은 표양으로 성당에 반감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고 신앙생활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실천할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드러날수 있음을 강조한다.
가정에 충실해야
물론 이 같은 지적은 개인과 자신의 가정만을 위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실천적인 측면에서 교회의 작은 단위인 가정에 충실할 때 신앙인으로서의 자격은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 교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심지어 50대의 한 여성신자의 경우 본당에서 맡고 있는 감투가 6개가 넘다보니 집에서는 가족들의 식사만 겨우 챙겨줄 정도이며 하루 중 거의 모든 시간을 성당에서 보낼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입장에선 당연히 화가 날 수 밖에 없고 그 시어머니는 이웃 주민들에게 기회만 되면 며느리 흉보기에 바쁘다고 한다.
며느리는 열심히 전교하고 시어머니는 열심히 비신자들의 입교를 막고 다니는 이런 경우는 결코 없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신자는 자신의 시부모들이 시골에 살고 있는데도 안부전화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용돈 한 번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도 노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러 다닌다며 매주 한 번씩 집을 비운다고 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시골에 살고 있는 부모들은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성당 분위기상 신자들과 어울려 건성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다닌다며 불만을 털어 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신자들 중 절대다수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만큼 집안 살림이나 부모에 대한 효도, 봉사활동 등에도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던 사람들도 깊어지는 신앙 정도에 따라 가정과 성당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신자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들로 전체 교회가 매도당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가정에서 먼저 신앙인다운 사랑을 회복할 때 밖으로 표출되는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더할 수 있다는 지적이며 그것이 곧 신앙인의 표양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 사목자는 주장한다.
가족 사랑이 앞서야
이웃을 향한 봉사와 사랑을 통해 가족 간의 결속과 사랑은 물론 전체 교회의 일치를 다질 수 있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선 사목자들은 미사를 봉헌하고 있거나 성당에서 회합 등이 있을 때 고함을 치며 뛰어다니는 자신들의 자녀들은 나무랄 줄 모르면서 남의 아이들만 탓하는 부모, 주일학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겐 입시에 시간을 빼앗긴다며 주일학교에 나가지 못하도록 말리는 부모의 경우도 신앙생활의 겉모습만을 쫓는 신자라고 지적한다.
신앙과 생활은 하나
부모들이 신앙과 생활을 분리해 행동할 때 그 자녀들은 아무리 신앙을 강조해도 참 신앙의 맛을 들일 수 없고 결국 성장해서도 신앙 따로 생활 따로 신자로 전락하고 만다는 주장이다.
바로 신자들의 이중적인 신앙생활의 한 단면을 설명해 주고 있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일선 사목자들은『신앙생활의 요람인 가정에서부터 뭔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한 타개책으로 가정교회의 재건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이웃전교에 열심히 나서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그러한 전교와 봉사활동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자가정이 하나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제는 비신자들의 대규모 입교시대가 지나고 신자 한사람, 한가정의 표양을 통해 이 사회에 이슬비처럼 전교가 이뤄져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고 볼 때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이 지니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거창한 전교나 활동에 앞서 신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은 돼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 보면서 내 가정을 먼저 다스릴 줄 아는 지혜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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