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식사를 했는지 기억조차 더듬기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이 부지기수다. 온몸에 이와 진드기가 기어 다니는 것은 물론 피부상처가 곪아 구더기가 들끓는 경우까지 있다. 게다가 대부분 알코올 중독으로 시급한 치료와 재활 서비스가 필요하다.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시 타우복지관(원장 이규덕 수사)에 처음 발을 디딘 노숙자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작은형제회가 운영하는 이 복지관은 최근 집과 가족을 모두 잃고 헤매는 노숙자들에 대한 돌봄에 나섰지만 기금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우수리스크는 고려인들의 거주 지역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 복지시스템이 급격히 무너져 내리면서, 우수리스크 등 러시아 각지에서는 구호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나이가 들어 일자리를 잃은 무직자나 환자, 출소자 대부분이 노숙생활에 노출돼 연평균 200여 명이 동사 등으로 목숨을 잃는 실정이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으로는 기본적인 식생활조차 버겁다. 이러한 상황에 신분증까지 없는 이들은 그나마 최소한의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복지관은 관내에 노숙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공동생활 공간을 마련하고,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고령 혹은 장애 노숙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자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노숙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를 갖춘 공방과 판매소가 필요하다. 복지관측은 복지관 현관 옆 작은 공간에 공방을 마련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현 상황에선 공방을 꾸밀 여력이 없다. 복지관으로서는 최근 노숙자들의 식비와 치료비도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이어가는 형편이다.
다행히 성당 건립과 인테리어 등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복지관 관장 이규덕(로제로) 수사의 도움으로 일부 노숙자들이 재활 프로그램의 하나로 도자기 제작법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이후 과정은 제자리걸음이다.
이규덕 수사는 “노숙자들의 굶주림과 병을 치료해주는 것도 시급하지만, 꾸준한 재활치료와 더불어 다시 노숙자가 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우선 도자기 만들기와 판매가 큰 도움이 된다”며 “복지관에서조차 돌봄의 손길을 멈추면 이들은 다시 길거리를 전전하다 죽어가야 한다”며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복지관은 공방이 마련되면, 노숙자들이 직접 화분과 식기 등 생필품을 만들어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도움 주실 분
계좌번호: 외환은행 112-18-58226-7 예금주 이규덕
문의: 국제전화 7-4234-344248(복지관), 7-4234-357448(성당)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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