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합창단 가톨릭합창단은 지난 2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사순음악회를 열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바흐의 ‘요한수난곡’(Johannes-Passion)을 선보였다. 요한복음 18~19장을 담고 있는 요한수난곡, ‘음악으로 읽은 수난기’ 세 번째 주제다.
■ 요한수난곡을 말하다
요한복음은 예수가 수난을 당하는 성금요일에 낭독된다. 바흐가 작곡한 ‘요한수난곡’도 성금요일에 초연됐다고 한다.
요한수난곡의 대표작은 역시 바흐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b단조미사곡’ ‘마태수난곡’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와 함께 그의 4대 교회음악으로 꼽힐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라수스와 빅토리아 등이 작곡한 가톨릭 작품을 비롯해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을 바탕으로 한 프로테스탄트 작품이 있다. 프로테스탄트 작품 작곡가로는 쉬츠가 유명하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언어에 있다. 가톨릭 작품은 라틴어로 작곡된 반면 프로테스탄트는 독일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 요한복음+바흐
바흐는 마태오수난곡만큼이나 유명한 ‘요한수난곡’을 1724년 작곡했다. 마태오수난곡보다 3년을 앞선다. 하지만 악보는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초연 연도도 정확하지 않다. 작곡된 그해 독일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 예배시간에 초연됐을 것이라는 사실이 정설로 내려오고 있다. 바흐는 이곡을 연주할 때마다 상당 부분 손질을 했다고 한다. 악보 원본이 전해지지 않아 원곡을 듣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이지만, 1830년 악보가 출판되면서 오늘날 무대에서 접하는 곡의 형태를 갖췄다.
오라토리오풍의 수난곡은 힘차고 격정적인 작품이다. 같은 작곡가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요한수난곡은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마태오수난곡과 성격부터가 다르다. 특히 오페라의 수법이 많이 가미된 마태오수난곡에 비해, 요한수난곡은 작곡가의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한다.
2시간의 연주시간 동안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솔리스트들과 4부합창이 어우러져 선사하는 선율은 천상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총 1부와 2부로 구분되며, 바흐가 작곡했을 당시에는 중간에 설교도 했다고 한다.
곡의 내용은 당연히 요한복음에 기록된 예수 수난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바흐는 여기에 마태오복음의 일부에서도 가사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격한 드라마와 현대적 감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이 곡은 최근 연주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19세기에는 거의 연주되지 않았던 곡의 진가가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음반으로는 존 엘리엇 가디너의 음반을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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