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침묵’의 카르투시오회 체르토사수도원
하루를 침묵으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내는 카르투시오회는 2005년 개봉한 영화 ‘위대한 침묵’으로 많은 신자는 물론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1084년 설립된 이 수도회는 까말돌리와 올리베또 등과 마찬가지로 베네딕도회 규칙서를 따르고 있다. 영화에서 드러난 사실처럼 수도회는 봉쇄수도회로서 평생 엄격한 침묵을 지켜야 한다. 공동체이지만 미사 외에는 식사도 혼자하게 되어 있으며, 작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경작물로 식사를 한다. 노동 시간을 제외하고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기도하고 생활해야한다. 마치 세상으로부터 도피한 듯 보이는 그들의 침묵에는 세상에 대한 비관이 아닌 사랑이 담겨 있다. 주님 안에서 고독과 봉쇄된 삶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삶을 살아가는 카르투시오회의 삶은 영성이 메말라 가는 세상을 촉촉이 적시는 단비 같은 존재다.
▲ 카르투시오회 회랑에서 바라본 체르토사수도원의 모습. 침묵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카르투시오회의 수도원이었던 이곳에는 현재 시토회 수사 7명이 생활하며, 성당을 관리하고 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지으라는 후원자 비스콘티 공의 명처럼 성당은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정수 파르마
파르마는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고향이며, 파마산 치즈가 생산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중세에는 학예와 농업의 중심지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두우모광장(Piazza Del Duomo)을 본 사람들은 이곳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감탄해 마지 않는다.
12세기 지어진 성당과 세례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세례당의 의미는 한국교회 신자들에게는 생소하다. 중세의 성당은 그 자체가 하느님의 집으로 인식돼,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세례당에서 세례예식을 치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후에나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배경으로 세례당은 성당 못지않게 유럽교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파르마의 세례당은 팔각형 모양으로 7~8층 높이의 분홍색 대리석 건축물이다. 고딕양식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은 외관이지만,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건물 내부의 로마네스크풍 조각장식들이 눈길을 끈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10~12세기 이탈리아 북부와 프랑스에서 발생, 서유럽에서 발전한 미술 양식이다. 로마건축의 흐름을 이어받은 양식답게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글을 모르는 신자들에게 성경의 내용을 미술작품으로써 전달하기 시작한 것도 로마네스크 양식을 바탕으로 한다. 사실적인 묘사는 교회의 권위만 강조하지 않고 장식적 요소를 가미해 건물 자체에 미적 감각을 드러내게 했다고 한다. 특히 작가들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출입문이었다. 당시 건물 외벽에는 화려한 장식을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는 문에 예술적 장식요소를 모두 쏟아부었다. 다양한 성경 내용 중에서도 최후의 심판과 부활을 주제로 한 작품이 가장 많은데, 이는 교회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이다.
▲ 파르마 세례당 내부의 로마네스크풍 조각장식.
▲ 파르마대성당 제대 돔 천장화. 빛과 색채를 다루는 달인이라 불린 르네상스 대표 작가 코레조의 ‘승천모습’은 마치 성당이 하느님의 나라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성당을 하느님의 집이라고 생각한 중세 유럽교회는 세례 받지 않은 이의 성당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성당 바로 옆에 세워진 세례당은 당시 성당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