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각 구성원들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를 통해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른바 ‘생명의 성역’이라고 일컬어진다.
특히 각 가정은 ‘가정교회’로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이 복음 선포를 위해서는 우선 출산의 의미를 더욱 절실히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각자 생명을 받은 것은 다시 새로운 생명을 선물로 주기 위해서다. 즉 부모들은 출산을 통해 자녀들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그들 또한 자녀를 선물로 얻게 된다.
또한 생명의 복음에 봉사하는 노력은 ‘가정들 사이의 연대성’을 통해서도 표현된다. ‘가정의 연대성’을 의미심장하게 표현해 주는 것으로는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이나 심각한 곤경에 처한 아이들을 기꺼이 입양하거나 받아들이는 일을 꼽을 수 있다. 참된 부모의 사랑은 혈육 관계를 뛰어넘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무엇이든 베풀어줄 준비가 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입양 중에서도 ‘원격 입양’을 적극 추천한다. 원격 입양은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포기해야만 하는 부모들이, 각자의 자녀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고서도 양육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다른 연대성은 사회적, 정치적 참여를 통해 실천될 수 있다. 이는 생명의 잉태에서부터 자연사에 이르는 어떠한 순간에도 국가의 법과 제도가 생명의 권리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나아가 법과 제도가 생명을 더욱 보호, 증진하도록 활동하는 것이다.
아울러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은 가정 안에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할 대상이 노인이라고 강조한다.
노인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행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 부모들 즉 노인들은 그들이 자녀들을 세상에 낳아 베풀어준 수용과 연대성을 되돌려 받을 자격이 있다. 노인을 단지 관심과 친밀함, 봉사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도 안 된다. 노인들은 스스로 생명의 복음에 대한 가치 있는 공헌을 하고 있으며, 오랜 세월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희망과 사랑에 대한 지혜와 증거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가정 활동과 관련해 ‘생명의 복음’은 “인류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있지만, 현대의 사회·경제·문화적 여건이 가정의 책임수행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또 더욱 필요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지역사회와 국가는 가정이 처한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인 것을 포함한 모든 원조를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명살림 윤리백신 (18) 생명의 복음 (18)
노인은 희망·사랑의 지혜이자 증거
발행일2012-03-11 [제2786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