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7,62~66
예수께서 돌아가신 날은 유대인들에게는 과월절을 준비하는 날이었고 후대 사람들에게는 성금요일로 잊혀지지 않는 날이 되었다. 다음날은 안식일이므로 모든 활동이 중지되었다.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 체포 때부터 뿔뿔이 헤어졌지만 안식일에는 어쩔 수 없이 법규를 지키느라고 골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예수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았던 부녀자들도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6시부터 마음으로 슬퍼할 뿐 율법을 따라 안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예수를 죽인 다음에도 무엇인가 또 불안하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수의 죽음을 확인하지 못한 것 같았다. 다리도 꺾지 않았고 시체를 쓰레기장에 버리지도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그들의 신경을 몹시 건드렸다. 이런 생각들로 그들은 잠을 설쳤다. 빨리 무슨 조치를 취해야 했다. 혹시라도 예수가 아직 살아있다면, 그리고 죽었다 하더라도 그 제자들이 밤중에 시체를 훔쳐 숨기고는 다시 살아났다고 떠들고 다닌다면 그야말로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난처한 처지에 빠질 것이다. 더군다나 예수라는 자가 스스로 메시아라고,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떠들며 자기는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생각이 이에 이르자 유대의 지도자들은 점점 불안해졌다. 그들은 예수가 라자로를 죽음에서 소생시킨 사건을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이 얼마나 예수 쪽으로 쏠렸던가.
그들은 대중이 무서웠다. 평소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떠나가지 않고 여전히 뭉쳐있고 특히 최고 회의 의원인 니꼬데모와 아리마태의 요셉마저도 예수의 시체를 거두어 묻는 등 동향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아침에 제관장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 몇몇이 빌라도를 찾아갔다. 그들은 총독을 설득하려고 다음과 같은 고소를 하였다. 『각하 이 사기한이 살아있을 때에 「사흘 후에 나는 부활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흘 동안 무덤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 자의 제자들이 시체를 훔쳐다가 (숨기고) 「그 분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라고 떠들고 다닐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사기극은 먼저번 사기극보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사건이 일단락 되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던 빌라도는 유대인들을 보자 우선 귀찮은 생각부터 들었다. 예수의 재판 때 이미 그들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제 생각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놀아났다는 불쾌감에 마음이 편치 못하고 있던 터에 이번에 또 다시 그들의 객쩍은 소리를 들으니 빌라도는 그만 지긋지긋 해졌다. 그래서 그는 그들에게 내뱉듯이 말했다. 『당신들에게 배치된 병력이 있으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유대인들이 말한 것 중에서 「이번 사기극이 먼저번 사기극보다…」라고 했는데 먼저번 사기극이란 무엇을 뜻했을까? 그것은 예수 자신이 스스로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이야말로 그들의 속임수이고 「이번 사기극」이라고 말한 것도 그들의 속임수였다. 예수 체포시 무서워서 뿔뿔이 헤어졌던 사람들이 어찌 감히 안식일법을 어기며 유대인들이 그렇게도 신성시하는 무덤을 침범할 수 있었겠는가. 하여튼 그들은 곧 일에 착수하였다. 무덤으로 가서 무덤을 덮은 돌에 봉인을 하고 병사들로 하여금 단단히 지키도록 했다.
외경서인 베드로 복음서에 따르면 그들은 그 돌을 7번 봉인하고 단단히 지켰으며 예루살렘과 부근의 온 백성이 지켜 보았다고 전한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유대인들은 이 부활사실에 대항하기 위해 예수의 제자들이 시체를 훔쳐갔다는 흑색선전을 사방에 퍼뜨렸다. 초생 교회 공동체는 예수의 부활을 선포하면서 이와 같은 반대선전과 싸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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