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사인호
교회는 전통적으로 세례, 견진, 신품성사를 반복해서 베풀지 않았다. 이 세 가지 성사는 단 한번만 받더라도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지속적인 효과를 『인호』라고 불렀다.
「주인에게 예속」 의미
『인호』(character)라는 용어는 본시 이교 문화권에서 쓰이던 말이었다. 군인이나 종이 황제나 주인에게 속해 있음을 알게 해주는 도장으로 사용되던 것을 뜻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떼르뚤리아누스라든지 아우구스띠누스 같은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이 종종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때의 의도는 성사의 의식을 의미하기 위해서 였었다. 즉 그리스도인은 그가 비록 모르는 사이에 이교와 열교에 빠진다 해도 그리스도인일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이미 그가 그리스도인이 될 때 치룬 도장찍는 의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세기에 이르러 『인호』라는 말은 성사의 의식(sacramentum tantum)이나 성사로부터 생겨나는 은총(res tantum)과는 구별되는 성사의 지속적인 효과 즉 res et sacramentum으로 알아듣게 되었다. 그것은 세례, 견진, 신품성사의 항구한 효과를 묘사하기 위해서 쓰이게 된 말마디로서의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인호는 옛날 몇몇 교리서들이 설명한 것처럼 결코 영혼에 표시를 해놓은 지워지지 않는 어떤 표적으로 잘못 알아들어서는 안된다. (R. P. 맥브라이언, 카톨리시즘, 영어판, 739~740참조).
“영혼의 표적”은 잘못
『성사인호』 혹은 『성사적 특성』이라 불리는 성사의 지속적인 효과에 관한 내용이 교리화된 경과를 설명하겠다.
맨 처음으로 1439년 플로렌스 공의회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교리화 되었다. 세례, 견진, 신품의 세 성사는 영혼 안에 불멸하는 『인호』(character)를 각인하고 그로 인해서 다른 성사들과 구별되므로 다시 받을 수 없으나, 남은 네 가지 성사들은 인호를 각인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해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덴징어 1313). 트렌트 공의회에서는 기존의 인호에 관한 교리를 재차 강조하면서 신자들이 의심없이 인정해야 한다고 가르쳤다(덴징어 1767).
교황 비오 12세는 1947년에 회칙 Mediator Dei를 내시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성직의 보편성을 해명하던 중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신분을 성사적 인호를 들어 특징지으셨다. 『그리스도인들은 일반적인 권한에 의한 것처럼 세례의 물에 의해서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지체들이 되고 자신들의 영혼에 각인된 「인호」로써 하느님께 예배드리도록 지명된다. 이렇게 그들은 자신들이 처해있는 조건에 따라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한다』(덴징어 3851)라고 하신 것이다.
일반 사제직에 참여
제2차 바타칸 공의회에서도 신자들은 일반 사제직과 특수 사제직의 본질적 차이를 규명하면서 각각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의 참여를 말하고 일반 사제직의 수행은 세례의 인호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임을 재천명했다(A. 그릴마이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주석, 제1권, 영어판, 160면 참조).
그리스도론적이고 교회론적인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연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재생과 성신의 도유로 축성되어 영적 집과 거룩한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니, 이로써 신도들은 신도로서의 모든 활동을 통하여 영적 제사를 바치며 신도들을 어두움에서 놀라운 빛으로 불러주신 그리스도의 능력을 전하게 되는 것이다(1베드 2, 4~10)(교회헌장 10항)
신도들은 성세를 받음으로써 교회에 결합되어 그리스도교적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재생하였기에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은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해야 하는 것이다(교회헌장 11항).
소멸될 수 없는 보증
이러한 관점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성사인호에 관한 항목을 소개하겠다.
세례성사, 견진성사와 신품성사는 성사의 은총뿐 아니라 성사의 인장, 즉 「인호」를 새겨준다. 이 인호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며, 각기 다른 신분과 역할에 따라 교회의 지체를 이룬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이러한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통합은 결코 소멸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인 안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이 통합은 은총을 받기 위한 여건이고, 하느님의 보호에 대한 약속과 보증이며, 하느님 예배와 교회 봉사의 소명이다. 그러므로 이 성사들은 결코 반복해서 받을 수 없다(112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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