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모르는 출판계의 불황은 종교서적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가뜩이나 한정된 독자와 시장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위기상황에 접어든 종교 출판계는 「문학의 해」가 베푸는 대규모 행사들에게서도 그리 큰 희망을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위기 (危機)는 다른 한편 호기(好機)라고 위안하며 종교 출판계의 자구적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개신교 출판계는 물량 면에서 가톨릭을 압도하고 있다. 그만큼 불황의 여파는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병상련의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는 가톨릭과 개신교 출판계가 지루한 불황의 늪을 헤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독자곁으로 가까이
가톨릭의 경우 최근 들어 독자곁으로 다가가려는 출판사들의 시도가 눈에 띈다. 가톨릭 출판사가 지난해 명동 가톨릭 회관에 설치한 「책사랑」은 신자들이 자유스럽게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출판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 눈에 띄게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오로딸도 「열린」이라는 새 출판사명을 등록해 적극적으로 일반 독자들을 겨냥하는 동시에 대형서점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미비한 가톨릭서가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가톨릭 출판사는 「새남」, 생활성서사에서는 「여정」을 일반독자 대상 서적을 펴내는 출판사로 굳히려 하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출판 위기에 대한 대처가 좀 더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신교 출판사들의 협의체인 「기독교 출판 협의회」와 서점 연합체인 「기독교 서점 협의회」는 최근 가칭 「발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각각 이사회에서 승인하고 세부계획이 수립되는대로 정식으로 발족할 예정이다.
발전위원회는 이에 따라 각종 출판 관련 세미나 개최와 교육, 출판 진흥에 기여한 이에 대한 시상, 출판 및 서점 금고, 기타 독서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립, 추진하게 된다.
물량으론 개신교가
개신교 출판계의 경우 순수하게 물량 면에서만 볼 때 가톨릭에 비해 압도적인 것이 사실이다. 우선 출판사 수가 기독교 출판 협의회 등록사만 1백40여 개로 비회원사를 포함하면 3백여 개 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가톨릭의 경우 군소 출판사들을 포함해 20여 개 정도로 추산된다.
종교서적 전문서점의 경우에는 차이가 더욱 극심해 개신교 서적 전문서점은 서점 협의회 등록 서점이 4백 20개, 비회원 서점 포함 6백여 개가 전국에 퍼져 있는데 비해 가톨릭의 경우 성바오로 서원을 포함해 50여 개가 못 된다. 물론 각 성당 성물판매소는 제외한 수치이다.
대형서점 종교서가에서도 가톨릭 서적들은 개신교 서적들에 비해 종수나 수량 면에서 매우 적은 상황이다.
특히 개신교 출판계의 두 협의체인 기독교 출판 협의회와 기독교 서점 협의회는 각각 매월 「출판소식」과 「회보」를 발행하는 등 각 출판사, 서점 간의 정보 교류를 원할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출판 관계자들 중에는 지나치게 물량 우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바라볼 때 작품의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가톨릭 서적들이 높은 작품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질적으론 가톨릭이
전통있는 한 개신교 출판사 편집 관계자는 『개신교에 비해 가톨릭은 보다 자유로운 사고와 언어를 구사한다』며 『높은 수준의 정선된 대표적인 작품들이 오히려 개신교보다 가톨릭 서적 중에서 더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문학의 해가 일부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출판 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비효율적인 유통과정, 역량있는 국내 저자의 부족, 신자들의 독서열 부족, 제한된 시장, 일반 독자들로부터의 외면 등은 가톨릭과 개신교 출판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이다.
특히 신자수 3백만을 훨씬 넘어선 한국 가톨릭교회의 출판계가 더이상 교회안의 수요에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설득력있게 일반 독자들에게 교회 서적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선교의 측면에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도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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