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묘박해편
1791년의 신해박해로 첫 순교자를 탄생시킨 한국 천주교회는 1801년의 신유박해로 인해 또다시 많은 순교자를 탄생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초기 박해가 이 둘만은 아니었으니, 그 사이에는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을묘박해」가 있었다.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밀사였던 윤유일(尹有一, 바오로)과 그의 동료 두 명이 바로 이 박해로 순교한 분들이다.
윤유일은 1760년경 경기도 양근의 대감 마을에서 윤장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일찍부터 같은 마을에서 살던 유명한 남인 학자인 권철신(암브로시오)의 문하에서 학문을 쌓던 그는 스승ㆍ동료들과 함께 한문으로 쓰여진 교회 서적을 접하는 동안에 천주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교리를 배워 입교하였다.
그가 교회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1789년 무렵이었다. 당시 교회 지도자들은 가성직 제도 아래서 임의대로 가성직 제도 아래서 임의대로 성직을 수행하는 것이 독성죄에 해당하는 일임을 깨닫고는 북경으로 밀사를 파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윤유일이 바로 그 적임자로 지목되었다.
왜냐하면 그는 「학식이 있고 헌신적이며 비밀을 잘 지킬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1789년 10월 16일에 한양을 출발하여 3천리를 여행 한 끝에 북경에 있는 북당 천주당과 남당 천주당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로써 하느님의 기묘한 섭리로 탄생한 한국 천주교회의 실상이 그곳 선교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윤유일은 북경에 간 지 얼마 안 된 12월26일(양력 1790년 2월9일)에 북당의 로(Raux) 신부로부터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조건 세례를 받고 3월에 귀국하였다. 그러나 신자들의 권유로 2개월여 만에 다시 북경에 갔으며, 이때 구베아 주교로부터 선교사를 조선에 파견해 주겠다는 언약과 조상 제사를 금지하라는 명령을 받아오게 되었다.
두 차례의 북경 행을 통해 그는 교회 안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1791년에 있었던 첫 선교사 파견은, 선교사 레메디오스(Remedios) 신부가 조선 밀사들을 만나지 못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후 윤유일은 두 번이나 더 국경까지 갔고, 1794녀 12월 23일에는 마침내 중국인 주문모 신부를 조선에 잠입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당시 중국에 들어간 그의 동료는 지황(사바)과 박 요한이었고, 또 다른 동료인 최인길(마티아)은 새 집을 마련하여 신부를 모시기로 하였다.
주문모 신부를 국경에서 만나 한양으로 인도한 윤유일은 주 신부를 수행하면서 선교 활동을 도왔으며, 1795년 3월에는 북경교회와의 연락을 위해 한 차례 더 국경을 방문한 뒤 고향 양근으로 돌아가 선교에 열중하였다. 그러던 중 6월에 주문모 신부의 밀입국 사실이 탄로나면서 계동에 있던 주 신부의 은신처가 급습을 당하게 되었다.
다행히 신부는 가까스로 피신할 수 있었으나, 집 주인인 최인길이 주 신부 노릇을 하다가 체포되었다. 또 이로 인해 6월 27일에는 주 신부를 안내해 온 윤유일과 지황도 체포되었다. 이것이 바로 을묘박해의 시작이었다.
즉시 포도청으로 압송된 세 동료들은 갖가지 형벌을 받으며 주 신부의 행방을 자백하도록 강요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끝까지 굴하지 않고 『참된 하느님이시고,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독하기보다는 차라리 천 번 죽는 것이 낫다』고 고백하였다. 더 이상의 심문이 소용 없음을 알게 된 박해자들은 6월 28일, 포도청 뜰에서 그들 세 명을 사정없이 때려 숨지게 하였다. 순교 후 그들의 시신은 박해자들에 의해 강물에 던져졌으니, 당시 윤유일의 나이는 36세였다.
지금 이천의 어농리 성지에는 윤유일의 가묘가 조성되어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또 그의 부친 윤장과 동생 윤유오(야고보)의 시신이 안장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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