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도시의 한 본당에서 사순절 기간 동안 마련한 사순절 특강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당 신부가 초빙 강사를 소개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자마자 『지난 대림절 특강때 참석했던 사람들만 참석하신 것 같습니다』라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5주 동안 연속으로 마련한 특강을 듣기 위해 참석한 신자들을 한참 동안 말없이 둘러본 뒤 내뱉은 이 본당 신부의 첫 인사. 바로 한국교회가 처한 신자 재교육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해 낸 것으로 「그 사람이 그 사람」「항상 그 사람」론을 뒷받침해 주는 가장 적절한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신자 재교육 편재현상은 도시나 시골 본당을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 본당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로 교회에서 활동하는 신자들의 편재현상과 더불어 교회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 강북구의 한 본당 보좌신부는 『연중 3∼4차례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자 재교육을 실시해 보면 항상 참석하는 사람은 한정돼 있고, 정해져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고 말하고 『절대 다수의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단 한 차례의 재교육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신자 재교육 편재현상을 해소할 방안이 시급히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개 한 본당에서는 사순과 대림절 기간 동안, 기타 한 차례 정도 등 연간 3~4차례 정도의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본당 재교육 프로그램은 어느 특정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신자들이 참가, 신자로서의 양분을 공급받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그 자양분이 필요한 신자들에게는 그러한 기회가 좀처럼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선 사목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경기도 과천에 사는 한 신자는 사목회 임원과 레지오 단장 등 여러 개의 직책을 맡고 있는 까닭에 본당과 교구에서 행해지고 있는 신자 재교육 강좌 등에 거의 대부분 참석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또 다른 한 신자의 경우 신앙생활 5년여 만에 단 한 번도 신자 재교육에 참석해 본 일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 관계자들은 이러한 신자 재교육의 편재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재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신자들의 구미(口味)에 맞는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꼽고 있다.
한결같이 이뤄지는 전 신자 대상 신자 재교육이 아닌 노인과 청년, 가정주부, 중고등부, 남녀별, 계층별, 연령별 등 구체적인 대상을 위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충분히 개발, 더욱 다양하게 요구되는 신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많은 본당에서는 신자 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각종 프로그램은 대림과 사순절을 앞두고 실시하는 특강과 구반장 교육, 레지오 교육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본당에서는 사순과 대림 외에 평신도 주일과 사회복지 주일, 청소년 주일 등 각 전례시기와 기념주일 등에 맞춰 다양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함으로써 신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신자 재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강사진의 확보가 중요하고 아울러 신자 재교육이라는 주제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게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겠다는 차원으로 신자 재교육의 한계를 스스로 벗어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딱딱한 강의에서 벗어나 문학과 예술, 영화, 취미생활 등의 분야까지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흡수, 전 신자들이 자신의 흥미와 관심도에 따라 선택해서 참가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내야만 신자 재교육의 편재현상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사목자와 신자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신자 재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해 나갈 양질의 강사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되기 마련이다. 아울러 각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성직자ㆍ수도자, 평신도 등 교수진을 발굴해 관리하는 강사진 관리체계를 완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처럼 다양한 신자 재교육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본당 차원의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강사진과 장소상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근 본당별, 지구별, 지역별, 교구별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방안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대교구가 마련한 민족화해학교와 사회교리학교 등과 같은 교육이 한 본당에서 독자적으로 수행되기가 어렵다면 지구별, 지역별 차원에서 합동으로 강좌를 개설하는 방안도 시도해 봄 직하다.
특히 신자 재교육을 한 번이라도 접할 수 있는 신자가 된다면 냉담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재교육이 가장 절실한 신자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시행」은 냉담자 방지를 위한 교회의 일차적인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