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활동
머리글
지난 1월 30일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에서 장애인, 부모, 장애인복지 관계자 5백여 명이 침묵 가두시위를 하였다. 이 시위는 밀알복지재단이 밀알학교(특수학교) 건립 추진과정에 주민들의 반대로 학교 건립이 무산 위기에 있는 현실을 한탄하는 시위였다.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특수학교가 설립될 때마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거나 사람들이 살지 않는 한적한 곳으로 장소를 변경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근간에 주민들이 설립을 반대하는 시설은 쓰레기 처리장이나 핵폐기물 처리장이며 또 하나는 장애인 복지시설이다. 한마디로 장애인 복지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려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태어난 소중하고 평등한 존재라는 하느님의 가르침과 유엔의 권리선언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 등에 『모든 인간은 한 개인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된 소중한 선언들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장애인ㆍ장애인 복지의 개념
장애인 복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장애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장애인인가?
장애의 개념은 그 사회의 전통, 규범, 문화, 철학, 경제, 교육, 의학 및 이념적 배경에 의해 규정되어 지고 있으며, 장애에 대한 개념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다.
유엔의 장애인 권리선언에 의하면 『심신장애인이란 선천적으로 또는 후천적으로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능력에 결함(不足)이 있어 정상적인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전체적이건 부분적이건 스스로 확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거에는 장애인의 기준을 주로 신체적 또는 지적결함의 정도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으나, 근래에 와서는 신체적ㆍ지적 결함의 정도보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가정생활 및 사회생활의 불편정도에 그 기준을 두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마디로 장애인은 불편한 것을 하나 또는 그 이상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호칭도 「장애인」보다「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불리워져야 할 것이다.
장애인 복지의 이념은 사회통합을 통한 완전 참여와 평등이며, 장애인 복지가 지향하는 목표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장애를 가진 상태라 하더라도 인간 생명의 존중과 가치가 인정되고, 장애인 스스로가 최선의 노력으로 만족한 생활을 해나가도록 인간의 전면발달(全面發達)의 최적화(最適化)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관(觀) 변천ㆍ국제적 추세
고대 원시사회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에 대한 관심사는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문화, 사상, 철학, 경제, 산업, 교육, 의학 및 이념적 배경에 의해 발전하여 왔다.
1960년대 이전에는 대형 수용시설에서 보호하는 것이 주서비스였으며,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장애인도 사회공동체 안에서 동등한 이웃으로 인정받고 평등한 기회를 누리면서 사회ㆍ문화적으로 가치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야 한다는 정상화(normalization)와 사회통합의 원칙이 주창되기 시작하였다. 현대의 장애인의 문제는 동정이나 수혜의 대상 그리고 힘 있는 자의 배려의 차원을 벗어나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회복을 위한 시민의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변천ㆍ현황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는 6.25 전쟁으로 인한 장애 고아를 수용 보호하는 사업으로 시작되었으며, 1963년 산재보험법의 제정을 시작으로 1977년에 특수교육 진흥법이 제정되었다.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를 맞이하여 심신 장애자 복지법(1989년에 장애인 복지법으로 개정, 장애자→ 장애인)이 제정되면서 보건사회부에 재활과가 신설되고 부당한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많은 변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리고 서비스 형태도 수용 보호 위주에서 재가 장애인을 위한 이용시설(장애인 복지관, 체육관, 재활병원 등)이 확충되고 영세 장애인 보장구 교부사업 등 다양한 복지시책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1988년 장애인 올림픽의 개최와 장애인 등록제의 실시 그리고 1989년에는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법정기념일)로 정하여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국민 의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1990년에는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장애인 복지를 위한 기본적인 법적 기반을 조성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 면에서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고 보여진다.
가톨릭교회 장애인 복지 변천ㆍ현황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한 장애인 복지 활동은 장애인 단체 활동, 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 및 운동 그리고 교회(교구, 본당) 차원의 활동으로 구분하여 조명해 보고자 한다.
1) 장애인 단체 활동
장애 영역별로 선교회를 결성하여 선교사업(미사, 교리교육, 심신행사 등),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개선과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홍보사업, 교육사업, 직업보도사업, 세미나, 유대강화를 위한 친목행사 등의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단체인 농아선교회는 1959년 독일인 허 까리타스 수녀가 돈암동성당에서 농아중학생 교리반을 창설한 것이 바탕이 되어 1986년 서울대교구 농아선교회를 결성하였다. 그 후 대부분의 교구에 농아선교회가 결성되고 1994년에는 전국조직인 한국 농아선교회가 결성되었다.
시각장애인들의 단체인 맹인선교회는 1979년 서울대교구 맹인선교회 결성, 대부분의 교구에 맹인선교회가 결성되었으며, 1984년 한국 맹인선교회를 결성하였다.
지체장애인들의 단체인 바오로선교회는 1981년 서울대교구 바오로선교회를 결성하였으며, 일부 교구에 바오로선교회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조직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지체인들은 스스로 조직적인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부모들의 활동이 활발하며, 1991년 서울대교구에 가톨릭 정신지체인 부모회가 결성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상기의 장애인 단체와 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 기관들이 가톨릭 장애인 복지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 가톨릭 장애인 복지협의회를 결성(1985년 창립, 1995년 재창립)하여 조직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2) 장애인 복지 서비스 및 운동
장애인 복지 서비스는 수도단체, 개인, 사회복지법인 그리고 본당, 교구 사회복지회 등에서 1백여 개의 시설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기관은 장애인 복지관이 10개, 수용시설이 16개, 특수학교가 3개 있으며, 나머지는 교회 및 은인들의 도움으로 조기교육(장애아 유치원), 직업훈련 및 보호작업장, 소공동체(수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를 맞이하여 서울대교구에서는 5월 셋째주일을 장애인 주일로 정하고 장애인 주일 행사를 시작하였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3) 교회(교구, 본당) 차원의 활동
각 교구는 사회복지의 활성화를 위하여 교구조직 내 사회복지국을 두고 있으며, 몇 개의 교구에서는 별도로 사회복지회를 만들어 사회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는 1981년 장애인의 해에 재활사업부를 신설하여 사랑의 보청기 보내기 운동, 정서교육, 장애인 결혼상담실, 재가 장애인 가정지원, 장애아 대리보호(햇빛자리), 장애인 단체 지원, 소공동체 육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하고 있다. 본당에서의 장애인 복지 활동을 살펴보면 서울대교구 묵동, 가락동, 금호동, 시흥동성당 등에서 조기교육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분과와 레지오 단체 등에서 장애가 심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여 청소, 심부름, 외출지원, 말벗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인근의 장애인 시설을 산발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 활동도 중요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돕는 일이다.
지체장애인이나 노인들이 본당에서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하도록 편의시설을 마련해 주는 일, 청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수화미사 또는 수화통역을 해 주는 일, 시각장애인을 위해 주보 등을 점자화 해주는 일 그리고 정신지체인을 위한 주일학교를 개설하는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를 살펴보면 성당에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시설이 되어 있는 곳이 적고, 수화미사가 가능한 곳이 수유동성당 뿐이며 (개신교는 농아인 교회가 20여 개, 농아인 목사도 상당히 있음), 주보 등의 점자화도 되지 않고, 정신지체인 주일학교는 1995년 명일동성당에서 처음으로 개설, 운영하기 시작할 정도이다(개신교는 10여 년 전부터 20여 개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음).
이러한 일들은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어져야 하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맺는 글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 교회의 역할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대정부에 대한 사회복지 정책의 건의나 장애인 인권회복을 위한 사회운동, 둘째는 대지역사회의 장애인 인식개선 및 참여유도를 위한 계몽ㆍ교육의 역할, 셋째는 자원봉사 활동 등 자원동원 및 지원의 역할, 넷째는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의 보충 및 선도적 위치에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개발ㆍ수행하는 역할이다.
교회의 역할과 지금까지의 활동들을 살펴보면 복지서비스 측면에서는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계몽ㆍ교육, 장애인의 신앙생활을 위한 준비 그리고 장애인의 인권회복을 위한 사회운동의 역할은 상당히 미약한 수준으로 보여진다.
정치적ㆍ이념적으로 탄압 받는 것만 인권유린이 아니라 장애인의 시설건립을 반대하는 현실 즉 평등한 삶에 대한 자유와 권리의 박탈도 엄연한 인권유린이다.
교회는 이러한 문제에 침묵만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 교회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사회복지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예수님께서 늘 가까이하셨던 장애인에 대해 교회가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에 놓이게 된 것이다.
장애인의 완전참여와 평등 그리고 복지서비스를 위해 한 발 더 다가가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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