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 문제점 중 하나가 영성의 빈곤과 부재현상이라고 얘기한다. 이것은 2백여 년의 역사 안에서 교세확장은 타 교회와 비교할 때 유례가 없을 만큼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질적 성장은 그에 미치고 있지 못하다는 우려와 맥을 같이 한다. 이 같은 영성부재 현상 이면에는 한국교회 특성상 교구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도회들의 발전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남자 수도자들의 미약한 현존현상은 한국교회가 심도있게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교회의 영성이 수도회로부터 나온다고 할 때 교구와 수도회의 균형적 발전은 3천년기를 향한 한국교회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
본지는 제33차 성소주일을 맞아 한국교회 수도자들의 현황과 증감현상을 알아보았다. 이것은 통계상 드러난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수도성소 계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대안들이 마련돼야 하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1980년부터 1993년까지 10여 년 사이의 한국교회 수도자 현황을 살펴볼 때 수도자들의 숫자는 신자 증가율이나 사제증가율에 비해 상대적 감소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80년과 93년의 신자ㆍ교구사제ㆍ수도자들의 숫자를 비교할 때 신자 수는 1백42%가 증가했고 교구사제는 1백14% 수도자는 1백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도표1 참조)
이것은 절대 숫자상으로만 볼 때 수도자 수가 많게 나타나지만 신자들이나 교구 사제들의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도
특히 수도자의 경우 수련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상대적 숫자는 감소했다고 지적해 볼 수 있다. 오히려 82년과 90년에는 각각 0.7%와 0.9%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수도자 증가현상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86년. 전년 85년에 비해 13%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것은 2백주년을 기점으로 한 교회 급성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 후 10%내의 소폭 성장세를 보이다 90년에는 앞서 지적한 대로 마이너스 수치를 드러냈으며 93년도에는 전년도비 11%의 증가세로 돌아서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수도회 1백 10개
93년 12월 31일 현재 한국교회 내 남녀 수도자 수는 각각 7백41명 6천8백68명이다. 수도회 선교단체 수는 남자가 36개, 여자가 74개로 드러나고 있다.
이상에서 밝혀진 현황을 토대로 할 때 신자수 및 교구사제 증가와 비교한 수도 성소자들의 상대적 감소화는 먼저 교구 사제 중심이라는 한국교회 특성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 성소에 대한 교회 당국의 적극적 배려와 의식이 없었고 더불어 교세확장 등 외형적 성장에 교회의 관심이 치중되면서 수도 성소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취급됐다는 해석이다.
이밖에 수도회 자체의 위기의식 부족, 물질화 산업사회화로 인한 성소 가치 퇴색, 핵가족화 등도 수도성소 계발을 늦추게 한 이유들로 꼽힌다.
수도자들의 현황에서 또한 보다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남녀 수도자들의 증가 수치이다. 절대적인 숫자 면에서 여자 수도자들의 수는 남자들에 비해 6~7배를 앞서고 있다. (도표2)
증가율에 있어서도 80년과 93년을 비교할 때 남자는 47%를 나타내 보이고 있는 반면 여자는 1백16%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여자 수도자 증가율의 경우 신자 증가율에는 못 미치지만 교구 사제 증가율을 2% 앞선 수치를 보인다.
노력부족도 원인
남자 수도자들의 증가율이 저조한 이유는 크게 수도회 선교사들의 진출이 다른 나라 교회에 비해 뒤늦게 이루어졌다는 점과 함께 앞서 지적대로 교회사적인 면에서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교구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신자들의 경우 특히 사제와 남자 수도자들을 비교할 때 수사들에 대한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그만큼 수도회 입회율이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남자 수도회들의 성소계발 의식부족과 성소계발 노력 부족, 사제직 지망자 모집의 어려움, 유교사상으로 인한 남성들의 권위의식 등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망자 모집의 어려움은 성소계발의 주요 장소라 할 수 있는 본당 사목을 대부분 교구 사제가 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수도자들은 앞으로 수도 성소 지망자들이 증가하고 성소계발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수도자들의 정체성과 그 인식의 폭을 넓히는데 수도회와 교회가 함께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수도회들은 고유 카리스마를 더욱 확고히 하고 성장시키는 작업을 수도생활을 통해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균형 이룬 성장
한국 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한 관계자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균형을 이룰 때 교회는 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튼튼해 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교회와 사회 안에서 수도회의 필요성이 강조되어야 함은 물론 각 수도회들은 또한 적극적으로 고유 영성을 이해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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