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미래를 짊어질 사제 성소가 올해 거의 대부분의 가톨릭대학교에서 미달사태를 보이는 등 8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성소 증가율이 줄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거시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올 전국 가톨릭대학교의 사제 성소 지망률을 보면 80명 모집에 86명이 지원 1.07대1의 경쟁률을 보인 서울 대신학교를 비롯 광주 80명 모집에 13명 지원, 대구 50명 모집에 17명, 대전 40명 모집에 30명, 수원 1백 명 모집에 47명, 부산 40명 모집에 25명, 인천 40명 모집에 40명이 각각 지원, 거의 대부분의 대신학교가 미달사태를 기록, 성소계발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지난 1985년 서울 광주 대구 수원 신학교에 전국에서 2백96명이 지원했던 반면 90년대 개교한 대전과 부산 그리고 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한 인천 신학교 등 7개의 신학교가 늘어난 올해 전국의 성소 지원자 수는 오히려 2백58명으로 10년 전보다 38명이나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85년 신자 총수가 1백99만5천9백5명에서 94년 말 3백33만8천9백18명으로 1백34만3천13명이 늘어나 근 67%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사제 배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사제성소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2천년대 민족복음화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또한 교구소속 한국인 신부는 1985년 1천41명에서 93년 말 1천8백12명으로 늘어 74%의 사제 증가율을 보였으나 이는 80년대 초반 5년 동안의 폭발적인 성소자 증가가 그 이유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때 한국교회의 사제 성소 증가는 지난 70년대 후반 5년간 37명 증가에 불과하던 것이 80년대 전반 5년간에는 무려 4백80명이 증가, 신자 증가폭을 앞질러 한국교회의 앞날에 희망적인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 전반기의 대신학생 수 증가는 제3신학교(대구 82년 개교), 제4신학교(수원 84년 개교)의 신설에 따른 것으로 당시 가톨릭신문(86년 4월 13일자 보도)은 성소의 지속적인 증가는 예측하기 어려우며 꾸준한 성소자 계발노력이 없이는 수년 후 또다시 증가 정체현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대로 10년이 지난 현재 제5신학교(부산 91년도 개교), 제6신학교(대전 93년도 개교), 제7신학교(인천 96년도 개교)가 신설된 90년대 전반부터 현재까지 대신학교 수는 늘어났지만 사제 성소 증가율은 신자 증가율을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9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사회 전체가 국가 경제의 안정으로 인한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의 팽배도 큰 요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교회가 사제성소에 지나치게 낙관적 자세를 견지한 결과라는 진단을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다.
70년대 후반 서울대교구 성소국이 시작한 「예비 성소자 모임」의 활성화가 꾸준히 각 교구로 확산되어 왔지만 성소계발이 교구에만 일임되어 정작 성소의 못자리인 가정과 본당에서의 성소식별과 육성이 소홀이 다루어졌다는 지적이다.
가정의 와해와 공동체성 결어로 대변되는 90년대 한국사회 안에서 교회를 이끌어갈 사제 성소를 발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교회의 성소현황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각 교구 성소국 관계자들은 『이제 교구 성소국만이 성소계발을 전담하기엔 무리』라고 지적하고 『교구와 가정 그리고 본당이 삼위일체가 되어 성소발견과 육성에 대한 종합적인 라인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늘어난 대신학교에 비해 90년대 들어 지원 미달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대신학교 지원자 수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지원자 미달사태는 결국 학교운영에 대한 어려움과 성소자 선발에 어려움을 예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이루어지는 것이 급선무이다.
가정과 본당 공동체에서 지ㆍ덕ㆍ체를 겸비한 성소자를 확보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 21세기에 맞는 사목자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회 기관의 현상 파악을 위한 연구 작업과 이를 토대로 성소자 증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신자, 다변화되는 현대 사회 안에서 점점 어려워지는 사목현실을 감안해 볼 때 교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제 성소의 계발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교회 공동체는 사제 성소자가 없어 텅텅 비어가는 외국교회의 유수한 대신학교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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