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늑장 부리기
어느 날 늘 늑장을 부리는 바오로가 마을에 산책을 나갔다가 길가에서 한푼 달라고 손을 내미는 불쌍한 거지를 만났다. 그는 그 거지를 돕고 싶어서 『그래, 나중에 줄께. 우리 집으로 찾아와』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조금 후 성당 옆에 지나가다가 그날 할 기도를 아직 안 한 것을 알고는 『아, 아직 아침기도를 못했구나. 좀 있다가 해야지』라고 혼자 중얼 거렸다.
계속 산책을 즐기던 바오로는 본당의 늙은 과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부인은 그에게 『내 아들이 몹시 아픈데 이 아이를 병원에 좀 데려다주시겠어요? 나는 몸도 불편하고 홀몸이라 누가 도와 줄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바오로는『네, 도와드리지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해드리지요』라고 대답하였다.
부인을 남겨두고 혼자 걸어가다가 바오로는 교통사고를 당해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러자 그의 영혼은 불지옥으로 떨어졌다. 하도 불길이 너무 심하고 사나워 그는 저 멀리 천당에 있는 천사를 보고는 『물 한방울만 주세요』라고 간청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예 드리지요. 그런데 조금 있다가 드립니다』라고 말하고는 사라지고 말았다. 바오로는 다른 천사를 보고 또 사정을 해 보았다. 『천사님 제발 부탁입니다. 이 불속에서 저를 좀 내보내 주십시오』. 그러자 천사는 『예.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해드립니다』라고 말하고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여러 천사들에게 사정해 본 바오로는 천사들의 대답이 한결같이 『예. 드립니다만 조금 있다가요』라는 말을 듣고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하느님도 늑장을 부리는 사람에게는 늑장을 부리신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에게는 두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미 때는 늦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선행은 빨리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다.
<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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