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는 해성(海星)이라는 이름을 지닌 단체나 학교가 많다. 해성은「바다의 별」즉 성모 마리아에게 특별한 보호를 요청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각별한 성모신심을 드러내는 한 예로 볼 수 있다. 한국교회의 성모신심은 다른 어느나라 교회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함을 자랑하고 있으며 교회사적으로도 특별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5월 성모성월을 맞아 한국교회와 성모신심, 그 유래와 관계는 어떠한지 그리고 오늘날 한국교회 성모신심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알아본다.
성모님께 대한 한국교회 신자들의 깊은 신심은 초기 교회때부터 내려온다. 1801년 순교한 홍낙민은 배교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순교의 영광을 차지했는데 이것은 그가 매일 묵주기도를 궐하지 않고 바침으로 해서 성모님의 특별한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또한 성인 남명혁은 생전에 한 교우가『치명하셨을 경우 당신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하고 물었더니『성의회 회원인 치명자 다미아노로 불러달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남명혁 성인이 순교에 못지않게 성모신심 단체인 성의회 회원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교사 뱃길 보호
한국교회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의 경우 중국서 귀국할 당시 서해바다 풍랑속에서 성모님께 전구함으로써 구원을 얻었다고 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는 전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한국에 입국하는 선교사들이 거의 배편에 의지했기 때문에 조각배를 타고 황해를 건널때 성모님께 특별한 보호를 청했고 또 후에는 박해의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음을 굳게 믿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 초기교회 여성신자들은 동정을 지킴으로써 성모 마리아의 행적을 본받고자 했으며 다른 많은 신자들도 박해를 당하거나 위험에 처했을때 성모께 의지함으로써 고난을 극복하려는 자세가 투철했다. 초기 한국교회 신자들 대부분은 매일 묵주기도를 5단씩 바쳤고 주일이면 15단씩 바치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한국교회가 1841년 무염시태의 성모를 한국교회 새주보로 모시게 된 것은 이러한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교회 주보로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는 1838년 12월 1일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에게 당시 주보로 모시고 있던 성 요셉 대신「원죄없이 잉태하신 성모마리아」로 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1841년 8월 22일 이를 허락받게 된 것이다.
모든 선교사들과 신자들은 이에 대한 감사 표시로 1846년 11월 2일 충남 공주 수리치골에「성모성심회」를 창설했으며 1861년 10월 당시 제4대 조선교구장이었던 베르뇌 주교는 조선교구내 각 선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을 성모 마리아에 관계된 호칭으로 명명, 한국교회 전 지역을 성모님 보호 아래 있도록 하였다.
성모 마리아와 관계된 한국교회 역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1898년 명동대성당은 무염시태 성모께 봉헌됐으며「성모 무염시태」교리 선포 1백주년이 되던 1954년에는 한국교회가 다시 성모 마리아께 봉헌됐다. 그 후 30년이 흐른 1984년,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5월 6일 명동대성당에서 한국 겨례와 교회를 성모 마리아께 맡기는 예절을 거행했다.
1911년 대구교구에 부임한 안 주교는 만일 주교관과 신학교 등 교구 기본시설을 마련해 주시면 성모님을 위한 동굴을 마련하겠다는 서약을 했다. 이 후 그 원의는 이루어졌고 안 주교도 성모 마리아를 위한 동굴을 지어 그 약속에 보답했다.
대중신심으로 확대
초기 한국교회 신자들의 성모신심이 전례적 공경면에서 두드러졌다면 현재는 대중적 신심쪽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원 가톨릭대학교 이정운 신부는 대중적 신심으로의 확대는「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시된 마리아 공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이 신부는 그 같은 현상을 무시할 수 없으나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마리아론의 인식 부족은 성모의 밤 행사를 치르고 묵주기도를 드리면서도 마리아의 성덕을 삶 안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레지오 마리애 푸른군대 성모의 기사회 등 성모신심을 바탕으로 한 단체들이 한국교회 복음화에 기여한 바는 매우 크지만 교회의 질적성장이 주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현 상황은 성모신심이 그 열성만큼 삶 속에서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 가톨릭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마리아론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성모신심의 대중적 확대가 외형적으로만 흐르지 않고 신학적 기반 위에 뿌리내리게 하려면 마리아 신학이 활성화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마리아론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목적인 면에서는 전례적 공경에 대한 배려가 커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 전문가들은『그것은 마리아는 우리안에 엄연히 현존하며 교회신원들은 마리아의 인격과 신앙속에 드러나야 한다는 교회 가르침을 인식시키고 마리아를 닮는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라는 것을 더욱 내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리아 영성 생활화
이정운 신부는『특히 모든 사목자들과 수도자 그리고 지도적 위치에 있는 신자들은 바티칸 공의회와 역대 교황들의 마리아 교도지침에 따라 성모신심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아나가야 하고 영성을 생활해 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 성모 공경과 신심행위들
전례적 공경
교회안에는 6백가지 이상의 성모와 관련된 축일이 있다. 그 중에는 세계교회가 다함께 거행하는 것들과 일부 지방 또는 교구 수도단체에서만 거행하는 것들이 있다. 공식적 교회 신심은 주로 미사전례와 성무일도를 통해 표현된다.
다음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지내는 보편된 성모축일이다.
1. 천주의 모친 성마리아 대축일(1월 1일:예수성탄 후 7일)-8세기부터 지냄.
2. 주의 봉헌 축일(2월 2일:예수 성탄 후 40일) 1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지냄.
3. 성모 영보 대축일(3월 25일:예수 성탄 축일에서 9개월을 역산한 날짜)-6세기부터 지내왔음.
4.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4세기 중엽부터 지냄. 8세기에 성모 승천에 관한 신앙을 고백하게 되고 축일날짜를 확정.
5. 성모 성탄 축일(9월 8일)-5세기 말부터 지냄.
6. 성모 무염시태 축일(12월 8일:성모 성탄 축일에서 9개월을 역산한 날짜)-동방교회에서는 8세기부터 지내다가 9세기에는 유럽교회에서 지냄.
이외에도 엘리사벳 방문 축일(5월 31일) 여왕이신 동정 성마리아 기념(8월 22일) 성모통고 기념(9월 15일) 로사리오 기념 (10월 27일) 성모자헌 기념(11월 21일) 등이 축일로 명시돼 있다.
사적신심들
교회는 성모 마리아와 관련해 전례적 공적 공경 외에도 성모께 대한 사적 공경과 신심행위를 승인해 왔다. 흔히 마리아 신심을 가장 잘 나타내는 기도로 알려져 있는 로사리오 기도도 이에 속한다. 오늘날 교회 전체에 널리 행해지고 보급돼 있는 신심들을 소개한다.
로사리오 기도
전례축일(10월 7일)과 로사리오의 달이 제정돼 있을 만큼 신자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마리아 신심을 나타낸 기도이다.
역대 교황들은 로사리오 기도가 마리아께 대한 가장 훌륭한 신심의 하나임을 강조했다고 알려진다. 축성된 묵주를 사용하면 여러 가지 대사를 얻을 수 있다.
이 기도는 성 도미니꾸스에 의해 보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사리오 기념일은 1571년 10월 7일 레판토 해전에서 로사리오의 힘으로 터키를 무찌르고 승리한 것을 기념, 비오 5세가 제정하였다.
10월 로사리오의 달 제정은 로사리오 기도를 통해 신자들이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고 마리아께 합당한 신심을 드러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교회는 루르드 파티마 보랭의 성모발현에서 로사리오 기도가 특별히 권장된 것을 인정하고 있다.
기적의 메달
1830년 성모님이 성녀 카타리나 라부레에게 친히 계시하신 무염시태 성모 공경을 위한 메달이다. 1832년 교회 인가를 받아 보급되기 시작했고 빈센트회 사제들이 이 보급에 힘썼다. 특히 1858년 루르드와 1932~1933년 보랭에서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무염시태의 칭호 아래 공경받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르멜 성의(스카풀라: Scapular)
가르멜의 스카풀라는 기적의 메달과 함께 준 성사이다. 이는 인정된 가르멜산 및 성모 무염시태의 신심을 나타낸다. 원래 가르멜회 회원 수도복을 가르켰으나 현재는 두 개의 작은 옷조각과 끈으로 이루어져 회원 휘장처럼 목에 거는 것으로 변형됐다.
성모칠고
성모칠고는 1. 시메온이 예언한 고통(루가 2,34~35) 2.이집트 피난 3.성전에서 소년 예수를 잃음 4.그리스도의 매맞음과 가시관 쓰심 5.십자가에 못박히심 6.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7.무덤에 묻히심 등을 말한다. 이 신심은 각 슬픔을 묵상하면서 주의기도 한 번, 성모송 7번씩을 바치는 것이다.
하자없으신 마리아 성심
20세기 들어 전 교회에 보급된 신심. 1917년 파티마 발현이 큰 계기가 됐다. 1799년 비오 6세가 이 축일을 승인했고 1861년 비오 9세는 미사와 성무일도를 인정했다. 비오 12세는 1945년 이 축일을 전 교회 축일로 보편화 시키는 한편 이에 앞서 1942년 전 인류를 성모성심께 봉헌했다. 이 신심은 특히 파티마 성모신심, 즉 첫 토요일에 5번 연속 미사참례, 영성체하고 로사리오 5단을 바치는 행위와 결부된다. 또한 소련의 회개와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를 목적으로 조직된「푸른군대」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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