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19, 9~12 마태 23, 8 요한20, 2~10
무덤을 나와서 천사가 일러준 주님의 말씀을 되 새기면서 부인들은 자기들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빨리 제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일이었다. 부인들은 떨리는 마음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지만 자기들이 보고 겪은 모든 일들을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부인들은 오늘따라 남자들보다도 더 침착하여 호들갑을 떨지 않고 있었던 그대로를 소박하게 전하였다.
그들은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것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세기가 바뀌는 이날 아침, 주간의 첫날 주님의 날이 시작되는 오늘 아침, 주님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주님이 직접 제자들에게 나타나 확인시켜 주심으로 시작될 것이다. 부인들은 그저 사도들에게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전하는 사명을 완수했을 따름이다.
제자들은 여자들의 말을 허튼소리로 치부했다. 그날 오후 엠마오의 두 제자는 아침 일을 회상하면서 부인들이 자기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어서 깜짝 놀랐는가? 하여튼 제자들은 여자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베드로는 여인들의 말을 듣고 곧 일어나 무덤으로 달려갔다.
여기서 요한 복음서는 부인들의 보고상황을 얘기하면서 막달라의 마리아를 대표로 내세운다. 그것은 예수의 부활을 보고하는데 막달라의 마리아가 주요 역할을 하였고 특히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제일 먼저 나타내 보이신 것이 이 여자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세 복음서가 한결같이 막달라의 마리아를 예수 수난과 부활을 지켜본 여인들 명단 첫 자리에 놓으면서도 갈릴래아서부터 줄곧 예수를 따라다니던 부녀자들을 거명하는 것으로 보아 주일날 이른 아침에 여자 혼자서 무덤을 찾았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요한 복음서는 막달라의 마리아가 그날 아침 일찍 아직 어두울 때에 무덤에 갔다고 했고 마르코 복음서는 부인들이 해가 뜬 후에 갔다고 해서 시간 차이가 있다. 요한은 어둠속을 뚫고 부활하는 부활자의 빛을 강조했고 마르코는 부활하신 예수가 이미 떠오르는 태양임을 강조한 것이다
막달라의 마리아는 무덤에 가서 주님의 시신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누가 훔쳐간 것으로 단정하였다. 이것은 예수 부활 후 유대인들이 제자들의 시체도둑 낭설을 퍼뜨린데 대한 역공세로 반박하는 기사라고 볼 수 있다.
마리아는 즉시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에게 달려가서 『누가 주님을 훔쳐갔습니다. 어디에 가져갔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라고 보고 하였다 여기서「우리」라고 한 것은 마리아가 다른 여자들과 함께 갔었다는 것을 뜻한다.
베드로는 이 말을 듣고 무덤으로 달려갔다. 이때 다른 제자도 함께 따라갔다. 베드로보다 더 젊은 다른 제자는 베드로보다 더 빨리 뛰어서 먼저 무덤에 도착했다. 무덤에 다다른 그 제자는 머리를 내밀어 무덤속을 들여다 보았다. 무덤은 역시 비어 있었고 예수의 몸을 쌌던 수의만 석대위에 아무렇게 놓여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덤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몬 베드로는 뒤늦게 도착하여 무덤안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흩어져 있는 수의와 예수의 머리를 싸맸던 염포(殮布)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는데 염포는 수의와 함께 흩뜨려져 있지 않고 둘둘 말아서 따로 놓여져 있었다. 먼저 왔던 다른 제자는 그때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그도 눈으로 보고 여자들이 전한 말을 믿었다. 그러나 시체가 도둑맞은 흔적은 아무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두 제자는 그때까지도 예수께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실 것이라는 성경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성경말씀이라고 한 것은 예수께서 세번 수난과 부활의 예언을 하신 말씀을 가리키고 사도 바오로가 이미 57년에 이 말씀을 들어 신자들에게 부활에 대한 믿음을 재촉하였다(고린전 15, 1~11).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