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업 신부(1821~1861)는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로 사제직에 오른 분이다. 최근 그에 대한 교회 내의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그의 라틴어 서한들이 새롭게 정리되어 「최양업 신부의 서한」이란 이름으로 간행되었다. 이는 배티 사적지가 한국 교회사 연구소의 도움을 얻어 편찬하기로 한 자료집들 가운데 하나로써 출간된 것이다.
최 신부는 한국교회 초기 박해시기에 약 12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헌신적으로 사제적 직무를 수행한,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바치는 착한 목자(요한 10, 11참조)의 삶을 그대로 따른 분이다. 이 자료집의 간행은 그러한 최 신부의 삶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배우는데 있어서 분명히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신부의 서한 내용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었다. 한국 교회사 연구소가 프랑스의 빠리 외방선교회 본부에 보관되어 오던 서한 원본을 입수하여 판독 작업을 거쳐 번역문과 함께 「최양업 신부 서한집」이란 제목으로 간행했던 것이다(이하 「기존 간행본」이라 부름). 그러나 이 기존 간행본에는 라틴어 본문에 판독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고 번역에 있어서도 부정확한 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간행작업은 바로 이런 점들을 충실히 보완하고 바로잡았다는데 무엇보다 큰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신학생 시절 작문도
새로운 간행본에는 최 신부 연구에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는 그의 18편의 라틴어 서한들과 이에 대한 번역문들이 함께 실려있다. 그리고 최 신부의 서한에 대한 해제와 그의 신학생 시절 작문 2편도 부록으로 실려있다. 새 간행본에서는 특히 기존 간행본의 지나친 의역이나 아예 번역되지 않았던 문장들이 훌륭히 바로 잡아졌음을 볼 수 있다. 이 간행본을 통하여 우리는 기존의 간행본에서 의역된 곳이나 번역에서 누락된 부분이 많았던 서한들은 「여덟번째 서한」과 「열다섯번째 서한」, 「열일곱번째 서한」등 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간행본은 기존 간행본에서 미판독 부분으로 남아 있던 부분들을 모두 판독하여 밝혔고, 본문의 오자들도 바로잡았다.
오자는 옥의 티
그 밖에 본문의 이해를 돕기위해 어려운 내용들에 대한 각주를 새로 첨부한 것도 새 간행본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훌륭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새 간행본에는 수록된 라틴어 본문에 오자들이 보여 옥에 티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면 30쪽 열두번째 줄의 suplicationes와 60쪽 밑에서 두번째 줄의 advetere라는 단어는 문맥으로 보아서 각각 supplications(탄원)와 advertere(깨닫다)의 오자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점들은 좀 더 면밀한 본문 확인 작업을 거쳐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최 신부의 이 서한들은 원래 1842년부터 1860년까지 마카오에 있는 그의 스승 신부들에게 보내진 것들로서 그 안에 최 신부의 활동과 당시 조선 교회의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서한을 읽다 보면 최 신부가 얼마나 라틴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가를 알게 되며, 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그와 같은 분을 찾기는 오늘날까지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당시에 벌써 여러 가지 분야에 훌륭한 식견을 갖춘 선각자로서 그분의 모습도 느낄수 있다.
최양업 신부의 서한들은 또한 영성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자료이다. 그의 하느님 안에서의 깊은 영성적 삶은 그가 조선 입국 전에 기록한 서한들 속에서 보다도 입국하여 사목활동 중에 기록한 서한들 속에서 많이 드러난다. 그분의 훌륭한 삶과 영성이 새로 간행된 이 서한집을 통하여 더욱 드러나고 밝혀지길 바란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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