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지 올해로 꼭 20 년이 지난 수녀 시인 이해인. 그가 일상에서 펴낸 신앙의 기쁨을 꼼꼼하게 적은 시집, 산문집 8권은 모두 2백 38판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총 2백만부가 팔려나갔다.
「민들레의 영토」에서 「내 혼에 불을 놓아」(79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83년), 「시간의 얼굴」(89년)과 수필집 「두레박」(86년), 첫 동시집「엄마와 분꽃」(92년), 그리고「사계절의 기도」, 「꽃삽」까지 최악의 출판 불황 속에서도 이해인 수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은 식을 줄을 모른다.
네번째 시집「시간의 얼굴」을 발표할 89년 당시 이미 앞선 세 권의 시집이 1백 20여 만 부가 팔리면서 시인은 시집의 베스트셀러 시대를 여는 동시에 쏟아지는 독자들의 관심 어린 시선에 때로는 무거운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가급적이면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 침묵으로 내려가있으려는 것도 어쩌면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해인 수녀의 시들은 일상적인 체험에서 발견하는 신앙의 기쁨들이다. 거기에서 시인은 꽃 나무와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 사랑을 노래한다. 낯익은 주제를 다루지만 그런 사소한 일상들이 시인에게 와서는 생명력을 지니고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더욱이「그대」, 「당신」, 「너」라고 부르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듯 자연과 사랑을 노래하는 서정적 목소리가 도시인의 외로움, 고립감을 치유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발 아래 바다가 있고 밤에는 달빛에 침실이 잠긴다. 누구라도 시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이해인 수녀는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속해 있는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의 풍광이 그로 하여금 시를 쓰게끔 이끈다는 뜻일까? 하지만 그 풍광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신의 손길과 사랑을 느끼고 그것을 옥같은 투명한 언어로 엮어낸 것을 보면 그가 원래 시인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70년「가톨릭 소년」에 동시「아침」, 「하늘」이 추천돼 등단한 시인은 이에 앞서 64년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들어갔고 필리핀의 세인트 루이스대학에서 영문학, 서강대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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