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사목회나 교회의 각종 단체를 맡은 신자 가운데 일부이긴 하지만 교회 직책이 봉사직이기 보다는 무슨 벼슬로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할 경우가 더러있습니다. 교회 직책을 맡기에 앞서 먼저 봉사자로서의 마음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회 조직이 무슨 계급사회라도 되는 것처럼 맡겨진 직책때문에 신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교회 간부들을 볼때마다 교회직책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인식이 크게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는 이정로(발타살. 37세)씨.
교회직책을 맡고 있는 많은 간부들이 맡은 직책 때문에 거만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몸가짐을 더욱 조심하고 있지만 일부 신자들 중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발견하게 된다는 이정로씨는 『교회 간부가 되기전에 먼저 봉사와 겸손의 의미를 배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한다.
물론 대부분의 신자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교회 직책을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을 전하는 봉사직으로 알고 본당이나 단체의 궂은 일을 도맡아 가며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봉사와 사랑을 말없이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 신자 가운데서는 교회 직책을 하나의 계급으로 생각함으로써 오히려 본당이나 단체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신자들 가운데는 자신이 속한 단체의 대표나 간부들의 표양을 보고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게되거나 자신의 잘못된 신앙생활을 비추는 거울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소속돼 있는 단체의 대표나 간부 때문에 그 단체 활동에 소극적이거나 단체를 탈퇴하는 경우가 생기고 더 심한 경우 성당을 아예 다니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 직책을 맡은 교회 간부의 역할은 그 소속 단체의 활성화는 물론 한 개인의 신앙생활을 돕거나 방해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교회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교회 직책은 사목자가 일일이 참가할 수 없고 관심을 쏟지 못하는 부분을 평신도가 맡아 봉사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일부 신자들은 맡겨진 직책을 봉사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군림의 자리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일선 본당에서 사목하는 한 본당 신부는 이러한 잘못된 풍토가 조성된 것은 교회 직책에 대한 신자들의 명확한 이해와 봉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기 때문임을 지적했다.
아울러 교회 관계자들은 교회 간부들의 이러한 잘못된 의식구조를 두고 교회 간부로서의 자격 미달과 권위 의식, 같은 평신도이면서 평신도를 무시하는 경향 등도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간부로서의 해야할 직분은 망각한채 항상 불평과 불만만을 늘어놓거나 본당 행사 중 궂은 일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항상 일의 성과는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간부들의 모습도 봉사자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회 단체의 간부가 된다는 것은 그러한 직책을 통해 새로운 성화의 기회를 갖는 것으로 인식시켜 주고 동시에 봉사 그 자체를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누구든지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10, 43~44)는 성서구절이 말해주듯 본당의 간부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려는 노력을 통해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교회발전에 기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마련이다.
교회 직책을 봉사직으로 이해하는 신자들보다 계급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신자들이 많아질 때 교회가 추구하는 사랑의 법칙은 점차 희박해지고 그 이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목적이 그리스도를 대신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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