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제일 인기 좋은 곳은 피엑스다. 인스턴트식품, 오락기, 노래방 등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출 수 있는 것들이 거의 망라돼 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내기게임을 하거나 인스턴트식품을 놓고 키득대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워 우리 신자들이라도 건져내기 위해 수시로 피엑스 점검에 나선다. 그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통해 원목실로 초대해 귀한 시간을 잘 활용하도록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대화 중에도 질문을 던져 철학과 신학 토론장이 되게도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장날에 튀밥을 튀겨오거나 추울 땐 따끈한 호떡과 호빵, 토스트를 구워 먹기도 하고, 누룽지 기계를 사서 군 식당에서 남은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 등 자신들이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해 재료만 준비해 주면 무료한 시간들을 그렇게 보내기도 한다.
군에서는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일명 ‘뽀글이’를 해먹는데 성당에 오면 언제나 라면과 달걀을 비치해둬 끓여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비신자인 병실 동료들과 함께 와 반갑게 맞이해주면, 그들은 노골적으로 “수녀님은 무슨 재미로 사세요?”하고 묻기도 한다. 이런 그들의 도전도 참 좋은 기회다 싶어 바로 대답하지 않고 “왜? 재미없어 보여?”하고 되묻는다.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슬그머니 가톨릭교회를 소개하고 예비신자 교리가 시작된다. 시간적으로 영세는 못해도 다음 장소로 가톨릭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간혹 다른 지역에서 교리하다 오는 병사들과 자진해서 천주교를 알고 싶다고 다가올 때는, ‘바로 이거야’ 하며,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착실한 병사들과 친분을 맺어주며 촘촘한 그물망으로 감싼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인데도 재능, 취미, 성격, 모습, 행동, 관심사 등이 다양함에 참 놀랍다. 그리고 가정교육의 정도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여자들만 재잘거리는 줄 알았는데 사내들도 재잘재잘…. 젊은 아들의 풋풋함과 신선함이 사랑스러워 더 못줘서 안달하는 엄마처럼 옆에서 커피도 내려주고, 먹거리를 이것저것 챙겨주며 많이 먹으라 하면 그들은 예쁜 미소와 제스처로 답한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
우리 원목실은 다양한 장르의 공간이다. 악기를 잘 다루는 환자 병사들이 모이면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음악실이 되기도 하고, 연극과생들이 모이면 한마당 신파극이 벌어진다. 또 공부벌레들이 모이면 조용한 도서실이 되기도 하고, 청소를 잘하는 이들이 모이면 왁스로 바닥 청소와 유리창 청소까지 말끔히 해주는가 하면, 먹성이 좋은 이들이 오면 냉장고가 불티난다.
세상이 참 좁다 싶다. 전국에서 모이다 보니 본당에 있을 때 초등학교 복사하던 아이도, 교리 제자도, 중학생이던 아이가 신학생이 되어 군종병으로 와서 함께 지내게도 되니 이들에게는 무슨 일을 부탁해도 부담이 없다.
이곳은 3개 종파 종교시설이 한 울 안에 있다. 두 분은 집회 때만 오시기 때문에 오시면 자연스럽게 우리 원목실에 들러 차도 마시고 식사도 같이 나누며 좋은 친분을 맺고 지내기에 타 병원에 귀감이 된다 하여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의무사령부 감사장을 받는 영광을 받기도 했다. 특히 타 종교인들이 자주 들르는데 수녀를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 대화하기는 처음이라며 좋은 시간 가졌노라고 인사까지 하니 이 또한 하느님께 영광이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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