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이 모든 말씀을 하셨다.(탈출 20,1) 하느님의 말씀은 다시 몸짓이 돼 농아들에게 다가갔다.
수원교구 농아선교회 사순피정이 11일 안양 가톨릭복지회관 내 성당에서 열렸다. 이번 피정 주제는 십계명. 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알아야할 교리지만, 청각장애 신자들에게는 그저 어렵고 멀기만 한 내용이었다. 십계명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제대로 된 강의를 들어본 적 없던 이들에게 이번 사순피정은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날 강의는 박민서 신부(서울대교구 청각언어장애인사목 전담)가 맡았다. 두 시간 동안 박 신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십계명’을 신자들에게 가르쳤다. 각 계명마다 사례를 들어가면서 청각장애인 신자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했다. 박 신부가 움직이면 신자들의 눈동자도 움직였다. 그가 멈추면 신자들도 멈췄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마음으로 박 신부가 손짓과 몸짓을 통해 전한 십계명은 교리가 아니라 감동이었다. 신자들은 이날 배운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설명 하나 하나를 마음에 깊이 새겼다.
“십계명이 어렵고 두렵게 느껴지나요?”
강의 말미에 박 신부가 물었다. 이어 그는 “예수님께서는 십계명을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한다고 정리해주셨다”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도하면 가능한 일이므로 남은 사순기간 동안 십계명을 기억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농아선교회는 매년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순피정을 마련하고 있다. 피정은 교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에, 청각장애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참회예절, 고해성사, 미사, 박민서 신부의 강의 순으로 진행된 이번 피정에는 특히 더 많은 이들이 찾아왔다. 평소 주일미사에 50여 명이참례하는 반면 이날 피정에는 75명이 참석했다.
청각장애인 유여권(대철베드로)씨는 수화로 이날 피정에 참석한 소감을 전했다.
“청각장애인들은 십계명을 잘 몰라요. 어려운 교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박민서 신부님 강의 덕분에 십계명도 이해하고, 죄를 용서받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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