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28, 11~15
대제관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께서 살아계실 때부터 그분이 메시아이다, 하느님의 아들이다 라는 말에 몹시 신경을 써왔었다. 자기 자신들의 말대로 그 소리를 한낮 미친 사람의 말로 치부했다면 신경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 소리에 무엇인가 알맹이가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몹시 신경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다만 믿기가 싫었을 뿐이다.
그 불신앙은 급기야 예수를 죽일 음모까지 꾸미게 되었고 끝내는 돈을 쓰는 부당한 방법을 써서 그를 십자가형에 처했다. 그러나 그들의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그의 제자들이 밤에 몰래 예수의 시체를 훔쳐다 숨겨놓고 부활했다고 사기극을 벌일까봐 그것이 걱정스러웠다.
적대자들의 불신앙은 미움으로 변하였고 그 미움은 예수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신앙을 대상으로 하게 되었다. 불신앙 대 신앙의 대결을 유대인들은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이 대결에서 치밀한 인간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허위가 진리를 대항할 때, 불신앙이 신앙을 대처할 때 취하게 되는 인간적인 조치는 늘 불의한 방법이 동원된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죽이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그 무덤입구를 막은 돌문을 봉인하고 삼엄한 경비를 세우는 등 완벽한 안전조치를 취하였다. 그날은 안식일이어서 이런 일을 할수 없는데도 그들은 위법을 하면서까지 예수 신앙에 대한 미움을 이렇게 나타냈다. 미움의 도수가 강한 만큼 그들의 불안은 더해만 갔다.
안식일이 끝나는 다음날 아침 그들의 쓸데없는 걱정거리는 참 걱정거리로 돌변했다. 무덤을 지키던 병사들이 찾아 온 것이다. 그들은 대사제들을 찾아가서 새벽에 혼쭐나게 당한 일들을 상세히 보고했다.
여기서 병사들은 로마군인이었는데 그들이 자기임무에 관한 보고를 자기 부대장에게 하지 않고 대제관들에게 했다는 것은 이상스럽다. 아마도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과 임무이탈에 대한 문책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들의 보고를 들은 유대 지도자들은 과연 염려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구나 생각하였다. 이 일은 먼저번 속임수보다 더 큰 속임수라고 판단한 (마태27,64) 대제관들은 원로들과 의논한 끝에 또 한번 극약처방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돈으로 매수하는 방법이다.
그들은 예수를 체포할때도 유다에게 돈을 주어 매수하였다. 그들의 예수 신앙에 대한 미움은 일이 잘 꼬여 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아간다. 이때 수단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경비병들에게 돈을 듬뿍 집어 주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너희가 잠든 사이에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시체를 훔쳐갔다고 말하여라」
사실 이 말은 속아넘어갈만큼 교묘한 말은 못된다. 병사들이 잠들었는데 누가 시체를 훔쳐갔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래도 유대 백성들은 그 말을 믿고 퍼뜨렸다. 병사들에게는 직무유기에 대한 인책문제가 남아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대제관들은 다짐을 했다. 「이 소문이 총독의 귀에 들어가더라도 우리가 잘 말해서 너희에게 아무런 해가 없도록 해주겠다」라고. 이 말도 입에 발린 소리이다. 그들과 빌라도 사이에는 은근히 불편한 가시가 끼어 있었는데 어떻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수가 있는가.
병사들은 돈을 받아 가지고 시키는대로 하였고 그 효과는 그들이 노리던만큼 크게 나타났다. 이 헛소문은 마태오가 이 기사를 쓸 때까지도 온 유대 지방에 널리 퍼져 예수 부활에 대한 불신앙을 조장하였다.
예수께서는 믿는 자들에게만 나타나신다.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증거가 필요치 않다. 증거를 요구하는 사랑은 이미 죽은 사랑이듯이 증거를 요구하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다. 인간들에게 증거를 보여야 하는 하느님은 하느님이 아니다. 믿지 않는 자를 설득하여 그 불신앙이 악의 때문이라는 것을 설복하는 이론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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