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사의 거행자 문제
1)주례자 문제 (하)
아우구스띠누스의 태도는 사랑의 행위를 근간으로 한 교회관을 피력함으로써 드러난다. (호노라뚜스에게 보낸 49). 이와 같은 교회관을 주축으로 그의 성사에 관한 사상이 전개되는데 그 내용들은 특히 도나뚜스주의자들과의 논쟁과정에서 전개되어 나갔다. 요컨대 아우구스띠누스는 세례의 유호성이란 인간인 주례자의 성덕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의 성사신학 중에서 주례자 문제에 관한 것만을 보겠다.
도나뚜스주의자인 뻬띨리아누스 주교가 가톨릭교회를 반대하는 사목서한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아우구스띠누스는 이 서한의 제1부를 398년 경에 입수하고 그 서한에 대한 반박서 제1권을 썼다. 그 후 401년 경 뻬띨리아누스의 서한 제2부를 입수, 그에 대한 반박서 제2권을 집필했다. 그런데 아우구스띠누스의 반박서 두 권을 뻬띨리아누스도 확보해서 검토한 후 논박을 하게 되자 아우구스띠누스는 그의 논박서를 읽고 다시 반박서 3권을 썼는데 이렇게 반박-논박-반박의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뻬띨리아누스는 자신들이야말로 박해를 받아온 순교자들의 교회이기 때문에 진정한 교회인 것이고 그 까닭에 배교자가 있는 가톨릭교회에서 자신들의 교회에로 넘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재 세례를 베푸는데 그 세례야말로 유효한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세례의 유효성은 한마디로 인간인 주례자의 성덕에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우구스띠누스는 교회는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들판과 같아서 항상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관계로 얽혀져 있을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선과 악도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존속하는 하나의 실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선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랑의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하는 세례는 그 결과인 죄의 사함이 하느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그 세례의 주례자 역시 하느님(그리스도)이시지 인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아우구스띠누스는 세례의 유효성이란 인간인 주례자의 성덕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외에도 아우구스띠누스는 빠르메니아누스의 서한에 대한 반박서 3권을 통해서도 성사란 인간인 주례자가 주교이든 사제이든 신앙이 결여되었든 배교자이든 성덕이 출중하든 그렇지 않든 그가 주례하는 성사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는데 그의 이러한 사상은 결국 성사를 베푸는 분이 다름 아닌 그리스도시라는 주장에 근거한다.
사실이 그렇다. 성사를 집행하는 이는 이미 성서에서 언급된 대로(1고린 4, 1: 2고린 5,20)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만이 성사의 효과(성사인호와 성사은총)를 가능하게 하신다. 사람들은 성사를 주례하는 이가 누구이든지 상관없이 관리인이자 대리인일 뿐이다. 그는 결코 성사의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 관리인의 삶이 성사의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성사를 마술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아우구스띠누스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도나뚜스주의자들의 주장을 공박했던 것이다.
아우구스띠누스와 도나뚜스주의자들 간의 논쟁은 그 후에도 여러 시대를 거치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재현되었다. 12세기에 「알비파」, 14~15세기에 「위클리프와 후쓰」등이 출현함으로써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전통은 성서와 성 아우구스띠누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었다. 제4차 라떼란 공의회(1215년)는 알비파를 반대해서 재 세례의 불가능성을 천명했고 콘스탄씨아 공의회의 제8회기(1415년)는 위클리프의 오류를, 제 15회기(1415년)는 후쓰의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성사의 유효성이 인간적 주례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성사의 유효성이 인간적인 주례자의 신앙이나 성덕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대하게 선언한 것은 트렌트 공의회에서였다. 그리고 공의회는 그 성사의 유효성은 비그리스도인에 의한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선언했다. 그 선언문은 비록 세례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성사 일반에 관한 것으로 알아들어야 마땅하다. 그 두 가지 선언문의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대죄 중에 있음을 자인하는 주례자는 그가 비록 성사의 수행과 행사로서 본질적인 모든 것을 지켜왔다 해도 성사를 이행하거나 베풀 수 없다고 말하면 단죄될 것이다」(덴징어 1612). 「누구든지 교회가 행하는 바를 행한다는 의도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써 이단자들에 의해 베풀어진 세례는 참된 세례가 아니라고 말하면 단죄 될 것이다」(덴징어1617).
이러한 교리적 전통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까지 이어져 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갈라져 나간 형제들에 의해서 베풀어진 세례의 유효성을 분명히 밝혔던 것이다. (교회헌장 15항). 그리고 이 전통은 다시 가톨릭교회 교리서 안에서도 명시적으로 재천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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