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낙태 문제를 다룬 책들은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여성, 특히 가톨릭 신앙을 가진 여성이 낙태로 인한 극심한 영혼의 고통, 그리고 치유와 새로운 출발의 여정을 이야기한 책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햇살 사이로 생명을」(패트 킹 엮음ㆍ성찬성 옮김/바오로딸 간)이라는 이 조그만 책은 빼어난 문장이나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날 수십, 수백만을 헤아리는 많은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통의 체험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Catholic Women and Abortion: Stories of Healing」(가톨릭 여성과 낙태: 치유 이야기)라는 원제의 이 책은 낙태를 경험한 가톨릭 신자 여성들이 그로 인한 영혼의 상처를 치유받기까지의 솔직한 고백들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40만명에 달하는 가톨릭 여성들이 낙태를 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주교단은 지난 75년 낙태로 인해 삶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황폐해진 이들에게 화해와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문헌을 발표한 바 있다. 또 84년에는 「라헬 사업」이라는 이름의 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리고 지금은 「낙태-이후 화해와 치유 전국협회」라는 조직을 통해 낙태 경험 여성들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6명의 여성에 대한 체험담이 실려 있다. 패시, 리아나, 마리, 리즈, 하이디, 모린이라는 여성들 가운데 한명만 빼고는 모두 유아세례를 받은 전통적인 신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낙태라는 것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현실적 어려움, 심각한 위험 앞에서 저마다 낙태라는 길을 선택했고 심한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공통적인 고백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다. 『나는 내 행위를 진솔하게 직면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삶은 끔찍한 내적 갈등의 연속이었다』
결코 낙태라는 행위가 인간 생명을 해치는 엄청난 죄악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 상처입은 죄인들의 영혼을 치유해주는 자비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또한 바탕에 깔려 있다.
이 책은 낙태로 인한 번민의 여정,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 안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고통스런 체험들은 다른 수많은 가톨릭 여성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불러온다. 특히 하느님은 낙태로 인해 생겨난 치명적인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는 사실을 바로 이들 치유된 여성들을 통해 분명히 깨닫게 해준다.
<바오로딸ㆍ4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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