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서부에 위치한 쾰른은 라인강, 카니발 그리고 고딕건축의 진수인 대성당(DOM)으로 잘 알려진 인구 백만의 도시이다.
쾰른시민들은 예술에 대한 애호도 그들의 긍지로 삼고 있다. 그 한 예로 쾰른의 수 많은 크고 작은 성당들은 번갈아 가며 거의 일년 내내 음악회를 개최한다. 사순절, 부활절, 오순절, 추수감사절, 대림절 또는 성탄절을 위한 연주회로 성당의 문은 늘 열려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음악회를 찾아 다니다 보면 한 해를 다 보내게 된다. 그중에서도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쾰른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는 몇 십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여름밤 매주 화요일 밤 8시에 시작되는 이 음악회는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무료연주회이며, 유명한 연주자들이 선택하는 곡목도 시대별로 다양하다. 처음 이 음악회에 대해 듣고 저녁 8시가 다 되어 찾아간 나는 그 큰 성당을 메운 청중들을 보고 놀랐고, 미사때와는 또 다른 맛의 웅장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오르간 연주에 압도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는 청중들은 두시간 동안의 연주를 조용하고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 벽이나 원주에 기대서서 듣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일상의 피곤함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대성당의 구석구석에 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고딕성당의 아름다움을 바라 본 사람이라면,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쾰른의 여름 저녁 화요일 8시는 음악과 교회와 사람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이러한 것을 계기로 하여 나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 도시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그날 밤의 교회 음악회 프로그램을 구하곤 했다. 음악이 있는 도시는 생명과 기쁨의 문화를 피울 수 있다.
요즘 나는 주보 뒷면의 교구소식을 읽으면서, 빽빽하게 소개된 연수, 성지순례, 강좌모집, 모임들 중 혹시 「OO성당 연중 음악회」라는 알림이 있는지를 자주 찾아본다. 우리 교구 중에 음악회로 전통이 있는 성당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바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자들이 미사때만 성당을 가는 것이 안타깝다. 누구나 찾고 싶은 성당이 되려면, 조용하고 지속적인 음악회를 그곳에서 개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청소년 모두가 고함치고 발을 구르는 음악회만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 아니라면, 고요한 기쁨을 전달하는 연주회를 열어 그들에게 문화의 다른 면을 체험하게 하는 것도 우리의 교회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