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쓰레기 소각장과 장애인 복지시설이 들어 설 계획이라는 이유로 지역주민들이 해당 구청을 찾아가 궐기를 하고 심지어 일부 과격 주민들은 단식에 돌입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바로 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권순이(요안나)씨는 『직접 구청에 찾아가 항의하거나 농성을 하지는 않았어도 우선 집값이 떨어지고 환경이 더러워진다는 말에 복지시설의 유치를 반대 했었다』고 고백한다.
차라리 그들을 위해 몇 푼의 성금을 내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절대로 장애인 복지시설을 아파트 지역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를 했던 권순이씨.
경우는 약간 다르겠지만 지방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를 싣고 서울의 한 본당에서 주일에 신자들에게 판매하려고 찾아왔던 이기헌(안드레아)씨는 본당으로부터 『성당이 더러워지고 시장터로 변하기 때문에 안 되고 더욱이 타 교구여서 허락하기 힘들다』는 통보를 받고 성당이라고 믿고 찾아왔던 것이 잘못이라며 후회를 한 적이 있다고 전한다.
물론 본당으로서는 매주 찾아와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경이며 골머리를 썩이는 경우도 많지만 순수한 농심으로 찾아왔던 이기헌씨는 엄청난 좌절과 회의를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기헌씨는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이 도시교구를 중심으로 일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은 이처럼 교구간의 단절된 벽을 허무는 것임을 더욱 절감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각자 처한 환경에 철저하게 둘러 싸인 채 나, 우리 아니면 안된다는 배타적인 감정이 더욱 팽배해지고 있고 지역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더욱 기성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이기주의로 인해 교회 안에서도 교구간 본당 간에는 물론 단체와 개인 간에 보이지 않는 담이 생겨나고 있다.
대도시 교회와 농어촌 교회와의 엄청난 경제적 불균형 현상 속에서도 교구간의 나눔이 쉽지 않은 것을 두고 일선사목자들은 이기주의 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나눔의 구체적 실현을 통한 형제애의 발휘가 전제되지 않는 가운데 교구간의 긴밀한 유대와 형제애를 부르짖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선사목자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인 기쁜 소식은 지역교회간의 봉사에 의한 사랑 나눔으로 증거되어야 하고 사랑을 통한 교회의 일치는 실제적인 도움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지나친 교회 이기주의에 빠진 신자들의 일반적인 행태인 「나 중심주의」를 「그리스도 중심주의」로 변화시키는 것이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지역 이기주의는 기복적인 신앙에 빠진 신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교회로서도 지나친 교구주의를 부추기기 보다는 교회의 본질을 깨우쳐 주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많은 부문에서 지역 이기주의를 타파하려는 노력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전국 평협, 우리농촌살리기 운동,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 운동의 나눔, 교구간의 사제인사 교류 등 최근에 지역주의를 벗어난 교구간의 나눔 운동과 교류가 전개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기주의의 극복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고 또한 그러한 마음자세가 갖추어져 있을 때에만 지나친 교구간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자들이 쉽게 사용하는 「우리」의 개념이 우리의 범주를 벗어난 집단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방향으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에 앞서 그리스도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 것 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곧 그리스도를 향한 마음이자 교회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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