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4월1일자
1931년 2월12일, 바티칸에는 세계 역사상 「기록할만한 사건」일 발생했다.
그 사건이란 다름아닌 바티칸 내에 방송국을 설립한다는 것이었다. 그해 4월1일자 천주교회보 3면에 게재된 이 소식은 바티칸의 방송국 설치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당시 게재된 기사를 원문대로 잠시 살펴보자.
『우리 천주교는 온갖 발명을 유익하게 사용함에 진보의 원수(으뜸)요 비상한 종교로다. 세계적 역사상 기록할만한 사건이 있는바 이는 바티칸시 제일 높흔 곳에 라디오 권위자인 말고니(마르꼬니)씨로 하여금 고급 라듸오 방송국을 건설중이시던바 완성 되얏도다. 그 첫 사용을 기회로 지난 2월12일 교황 폐하께서 친히 방송국에 태림하오서 세계 만민들에게 진리의 말삼을 보내시어 머나먼 곳에서 폐하의 보음을 대하게 하섯는데 그 방송하신 말삼의 요지는 다음과 같더라』
잘 아시다시피 당시 교황성하는 비오 11세. 교황 비오 11세는 역사적인 첫 라디오 방송을 통해 다음과 같이 첫 성을 발하고 있다.
『천주 지배하심으로 종도의 위를 니은 이 교종이 라듸오로 말미암아 만민을 대할 수 있는 것은 천주의 안배하시난 것이니 조물주께 사례할 일이며 그 묘한 방면으로 만민에게 예수의 말삼대로 놉흔데서는 천주께 영광이요 이 세상에서는 마음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로다』
이 첫 라디오 메시지에서 교황은 모든 선교사 신품 받은 이들에게, 수사 수녀들에게 그리고 모든 신자들에게 강복을 내리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아직 진리를 모르는 외인들과 이교인들을 위해서도 또 관리들에게, 부유한 이나 가난한 이, 노동자들 모두에게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방송을 통한 첫 강복을 내리고 있다.
「바티칸에 방송국 설치」「교황 폐하께서 라듸오 방송」이란 제하에 실린 이 기사를 통해 우리는 천주교회의 핵심에서부터 효과적인 복음선교를 위해 당시로서는 가장 혁신적이라 할 사회 홍보수단, 즉 라디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라디오 방송국 설립으로 회칙과 서한 등 교종(교황)의 중요한 가르침은 전파를 통해 전 세계 교회가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같은날 교황의 혼인에 관한 회칙 「가스티, 콘누비이」(정결한 혼인)가 바티칸 방송국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되는 역사적 사건이 사진기사와 함께 천주교회보 1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이른바 활짝 열리기 시작한 매스컴 시대와 이에 발맞춘 교회의 적극적 선택이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65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간 지금,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매스컴의 홍수 속에 갇혀 사는 몸이 되었다. 지구촌이라는 말도 이제는 촌스러울 정도로 전 세계는 모든 정보를 같은 시간대에 공유하는 「초정보 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신속하게 정보를 얻는것 만큼이나 우리는 우리가 간직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신속하게 잃어버리는 공허한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매스컴의 역기능이 지금보다 극성을 부리는 시대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한국교회의 방송역사도 10여 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역매체에서 전국을 포괄하는 매체로 발돋음하는 지금이야말로 교회 매체의 힘과 역량이 그 어느때보다 막강해지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효과적인 복음선교를 위해 교회가 선택한 사회 홍보수단이 교회만을 위한 것으로 남지않기 위해서 우리 교회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올해 홍보주일 메시지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제30차를 맞는 올해 홍보주일 교황 담화문은 극치를 이루는 대중매체의 「여성품위 착취현상」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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