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그려 보거나 시(詩)로 지어 보는 시도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꽃의 향기와 모습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떠올린 경험은 그리 흔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자연」을 주제로 하는 몬테쏘리 강의시간에 폴커 프리벨이 지은 「고요체험」에 있는 「꽃의 노래」를 도입하였다. 둥글게 모여 앉은 수강생들은 각자 마음속에 하나의 꽃을 생각하여 그 꽃의 이미지에 맞는 짧은 노래를 짓는다. 한 사람씩 자기의 멜로디를 30여 초 동안 부르면, 다른 사람들은 그 선율로 연상되는 꽃을 알아 맞추어 보는 연습이다.
처음 이 제안을 했을 때, 수강생들 모두가 『어렵다!』하며 난감한 표정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한 수강생에게 멜로디를 작곡했느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크게 고개를 흔들며 꽃도 멜로디도 생각이 안난다고 했다.
그러나 고요한 가운데 점차 한 사람씩 용기를 내어 멜로디를 지어 불렀다. 낮은 소리의 선율을 듣기 위해 귀기울이는 수강생들은 집중력과 상상력이 총동원된 모습이었다.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수강생들은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짧은 멜로디를 두서너 번의 질문으로 알아 맞추었다. 모두들 자신이 즉흥적으로 지은 노래가 꽃으로 알아 맞추어지는 것을 신기해 했는데, 그들의 꽃은 민들레, 해바라기, 나팔꽃, 비올라, 채송화, 붉은 장미, 난초꽃, 수선화, 들꽃, 제라늄, 안개꽃, 카네이션, 들국화 등이었다.
이 연습을 하면서 수강생들은 꽃에 담긴 개인적 기억, 인상 또는 추억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했다. 처음의 긴장된 얼굴들은 부드럽고 활기차게 변했으며, 그들은 이러한 연습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꽃을 잊고, 무감각하고 황폐하게 지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꽃으로 음악을 만들고 잠자던 감성이 꽃처럼 피어나는 시간을 그들은 기쁘게 즐겼다.
우리는 일상의 조그마한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익숙치 않은 교육을 받고 자랐다. 감성을 통해 자신을 자연스럽게 열어보이는 것 또한 억제하면서 지낸다. 우리가 지닌 감성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
감수성, 상상력 그리고 창의력은 음악학원이나 미술학원에서만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것은 결코 요구되어져서도 안된다. 절실히 요구되어져야 하는 것은 기능 위주의 교육을 선호하는 어른들의 고요체험과 자연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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