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6월1일자
『금년은 조선에 성교(聖敎)교구를 건설한지 백주년이다. 잊지못할 이 해를 당하야 무엇을 할 것이냐는 벌써 지면상으로 여러번 게재된 일이다. 금년은 또 처음으로 전 선(全조선)주교회의가 잇서서 여러 가지 교회의 사정을 토의하고 전교상에 유조한 여러 가지를 의론할 것이매 이 땅의 성교사업을 위하야 또는 조선 모든 신자들에게 아름답고 복된 소식을 들려주기를 기다리는 바이다』(중략)
『이미 경성교구에 황해도가 자치준비에 노력하고 있고 금번에 대구교구에서는 전라남북 량도(兩道)를 장차 조선 주교교구를 건설할 예정으로 감목대리를 선정하엿다. 금번에 전라도 감목대리로 피임을 바드신 이는 전주본당 주임 김 스데왕(洋洪:양홍)신부시니 현재 전라도 교회 현상을 말씀하오면 본방인 사제 15명, 성당이 36처, 공소 1백5처이고 교우 총수는 1만7천5백명이다. 이것이 치명자들의 흘닌 피의 값이며 이것이 죽음에 불복한 전교사들의 흘닌 피와 땀의 결정이다』
이상은 천주교회보 1931년 6월1일자 1면 머릿기사의 내용 중 주요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그뿐인가. 같은 신문 2면은 3장의 사진을 곁들여 관련기사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으며 7월1일자 1면에는 『자치 준비에 임한 전라도 1만7천 교우 제씨는 분려하라』는 격려성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감목대리교구 설정으로 전라도지방의 모든 신자들은 조선 성교회 역사에 아름다운 둘째 페이지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첫째 페이지의 주인공은 3년전인 1928년 대리 감목교구로 설정된 황해도) 『1만8천여 신자들은 15성직자의 지도하에 동심 협력하여 백년대계를 세우라』고 분려(奮勵)를 촉구하고 있다.
위의 지적대로 1931년은 조선 천주교회의 교구설정 1백주년을 당하는 해가 된다. 따라서 교구설정 1백주년의 해에 감목대리구 설정은 전라도 지방의 자치교구를 향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와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이 기사 첫머리의 지적대로 전라도지방의 감목대리구 설치는 자치교회를 향한 포석이라 할 수가 있다. 전라도 교회의 감목대리구 설치는 진정한 의미의 교회라 할 교구가 조선에 설립된지 꼭 1백주년이 되는 해에 이루어진 경사 중의 경사라는 점에서 그 상징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31년에서 1996년, 그러니까 올해는 전라도지방이 감목대리구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시작한지 꼭 65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65년의 세월동안 전라도 교회는 1937년 각각 전주지목구와 광주지목구로 분리 설정되었고 이어 57년 1월에는 대목구로, 다시 1962년 3월에는 교구로 승격되었다. 이 과정에서 71년 제주지방이 지목구로 분리 설정되었고 77년에는 제주교구가 탄생하게 된다.
그 65년의 세월동안 전라도 교회는(제주교구를 포함)신자 수 40만을 훌쩍 넘는 큰 나무로 자라났다. 성직자 수는 3백여 명을 헤아리게 되었으며 본당만도 1백60여 개를 자랑하는 교회가 되었다. 물론 여타 교회에 비해 많을 수 밖에 없는 공소수는 3백여 개에 달하는 성장을 이루게 된 것이다.
2만이 채 못되던 당시 교회는 약 20배 가량이 증가한 40여 만을 넘어섰고 성직자 수도 20배 가량 늘었다. 전라도 교회의 이 같은 성장은 물론 순교자들이 흘린 피의 값진 결과이며 그 후손들의 신앙적 증거와 땀의 결정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65주년의 의미는 그래서 더욱 값지고 더욱 소중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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