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정의의 보루’대사회적 기능 재확인
한국 가톨릭교회 초유의 공권력 투입 사건, 95년 6월6일 발생한 「명동성당 공권력 투입사건」이 1주년을 맞았다. 이 사건은 암울했던 3공과 5공 시절 각종 「시국사건」의 진원지로서, 87년 「박종철 사건 이후」「시국의 거울」「민주화 1번지」로 알려져 있는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역」을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짓밟힌 사태였다.
사건발생 1년이 흐른 지금 이 명동사태는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 채 남용된 사례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는 「통신대란우려」「불법행동 엄단」등의 이유로 범법자로 몰리며 명동성당에서 연행됐던 한국통신 노조원들이 재판을 통해 모두 불구속 처리된 데서 잘 나타난다.
교회의 경우 87년 이후 7년만의 시국미사 봉헌, 특히 정식 교회법 절차에 따른 서울대교구 첫 시국대책위원회 결성 등의 기록을 남긴 명동사태는 명동성당이 갖는 「진리와 정의의 보루」라는 대 사회적 기능을 재확인했을 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 약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사명을 되새김하고 그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는 기회였다. 정부의 시녀 역할을 한 제도언론의 행태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된 사례이기도 했다.
본지는 명동사태 1주년을 맞아 명동본당에서 발행한 명동사태 1주년 자료집을 소개하는 한편 이 사건을 가장 측근에서 지켜보았던 명동성당 주임 장덕필 신부 인터뷰를 마련한다.
◆ 명동성당과 한국교회 현대사 총정리「95년 6·6명동사태」자료집 나왔다
1백주년 기념 자료집 일환… 8백 페이지
발생부터 진행 과정 등 관련내용 망라
「국민의 성역」으로 거듭 태어날 각오 담아
2백년 한국교회사와 한국교회 모본당 명동성당 1백년 역사에 초유의 공권력 투입으로 기록되고 있는 「95년 6·6 명동사태」관련 자료가 하나의 책자로 묶여져 나온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본당(주임=장덕필 신부)은 명동성당 1백주년 기념 자료집 일환으로 「명동성당 공권력 투입관계 사건자료집」을 제작 사건발생 1년이 되는 오는 6월6일 배포한다.
객관적 연구 자료로 한 몫 담당 기대
4.6배판 8백여 페이지 분량으로 발행될 이 자료집은 명동사태 시발점이 된 한국통신 노조사태 발생과정부터 한국통신 노조농성 진행과정, 한통사태 문제 해결을 위한 교회 측 노력, 공권력 투입과 그에 대한 대책 등을 교회신문잡지, 일반신문 및 잡지, 성명서 및 기타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한통 노조사태가 내부적으로 발생한 95년 2월부터 사건이 종료된 당해 8월까지의 관련 자료들을 총망라하고 있는 이 자료집은 한국통신 노조문제와 명동성당 공권력 투입에 관한 객관적 연구 자료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자료집의 발간취지에 대해 「명동사태의 슬픔과 치욕을 오래 기억하고 또한 이를 극복키 위한 것」이라고 명동본당 측은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 평가 완결되지 않아
또한 「이 사건의 객관화와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으나 향후 올바른 평가가 내려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키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료집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명동사태 관련 자료들을 통해 명동성당과 한국교회 현대사를 정리했다는데 있다. 이것은 한국통신 노조사태에 대한 정확한 연구 자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현대사회 안에서 교회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역할과 자리매김은 무엇인지 되새겨 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특히 명동사태 종결 직후부터 자료집 제작에 착수, 비교적 자료정리의 충실도가 높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는 자료집은 그 같은 면에서 「교회내 본격적 자료집」의 한 사례가 됐다는 평도 낳고 있다.
자료정리와 함께 명동본당은 「사회정의의 실현」관점으로 사건의 발단 배경부터 그 진행과정, 또한 그 과정의 모든 문제들을 종교계 노동계 언론계 개별 입장에서 분석, 종합평가한 「평가보고서」를 수록, 사건을 직접 체험했던 이들의 감상도 정리하고 있다.
종합평가부분을 통해 본당 측은 사건의 직접적 원인을 「정부의 이기적이고 무절제한 공권력 남발과 이를 부추기고 정당화한 제도언론의 횡포로」로 지적하고 『이와 함께 중산층화 된 교회내 문제와 과격한 양상의 노동운동 진영문제도 간접적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전하고 있다.
사건 유발하고 확대시킨 언론 각성해야
『명동사건은 이 같은 면에서 사건의 가해자인 정부와 피해자인 천주교회 및 노동계는 물론, 사건을 유발하고 확대시킨 언론계에도 적지 않은 자성과 새로운 각오를 다시한번 촉구하게 되었다』고 밝힌 본당 측은 『교회의 경우 민주화의 성역을 상실당하는 아픔을 당했으나 오히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가난하고 소외된 자와 함께하는 일에 철저하지 못했음을 자성하게 됐으며 「국민의 성역」으로 거듭 새롭게 태어날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종합하고 있다.
자료집 편집에 참여한 조광 교수(고려대 사학과)는 『공권력은 정당성을 가질 때만이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면에서 명동사태는 「경찰 강제력」이라는 폭력의 다른 형태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작업과정에서 느낀 소감을 말했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자료수집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조사과정서 누락된 자료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조 교수는 『빠진 자료들은 기회가 되는대로 반드시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명동본당 주임 장덕필 신부
“「약자의 피난처」역할 더욱 다짐”
“기습적 공권력 투입한
정부에 아직도 짙은 배신감”
‘모든 신자 일치된 모습 대응’큰 의의
정부의 부당한 공권력 투입에 항의, 명동성당 97년 역사상 처음으로 성당 종탑에 시국과 관련한 플래카드가 내걸려지고 범우관 외벽에는 검은 휘장이 게양됐던 지난해 6월.
어느덧 그로부터 사계절이 지난 요즘 명동성당 주임 장덕필 신부는 어쩔 수 없이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게 되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되뇌인다.
『끝까지 명동성당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많습니다. 그리고 교회 측의 노력을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한 정부에 아직도 짙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장 신부는 긴급성을 앞세워 물리력을 사용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고 이해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또 「성역」논쟁을 부추겨서 실정법상 치외법권이 없는 것처럼 여론을 오도했던 언론들의 행태도 명동사태와 관련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명동사태를 통해 언론이 진정한 양심의 소리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치권력에 길들여진 언론의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 여론 호도를 가져오는지 실감했습니다. 하루빨리 정의를 외치고 올바른 언로를 걷는 언론풍토가 자리잡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부는 명동성당 측에 공권력 남용에 대한 공식 사과를 아직까지 하고 있지 않다』고 유감을 표명한 장 신부는 「연행 구속된 한통 노조원들이 불구속으로 처리된 것은 문민정부의 부도덕한 행태를 잘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동사태적 한국통신노조와 정부사이에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섰을 때 어떻게 하면 교회적 입장의 판단과 해결 노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큰 고심거리 였다고 들려준 장 신부는 종교계 측의 성의에도 불구, 정부 측은 비협조적이었고 주먹구구식 비전문적 태도로 문제를 다루었다고 그때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유사이래 교계제도 안에서 교회법 절차에 따른 시국기도회가 열린 것은 이례적인 것이었다」고 명동사태 당시 교회의 대처모습을 회고한 장 신부. 「그것은 모든 사제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었고 모든 이가 한교회의 모습으로 대응했다는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만큼 명동사태는 전 교회 차원에서 명동성당의 1백년 역사가 침범 당했다는 상처를 남긴 것이었다.
『정말 양심과 하느님의 정의가 바탕된 성역으로써 교회가 세상의 빛 소금이 되야 함을 알려준 것』같다고 명동사태가 교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밝힌 장 신부는 『약자의 집이 되고 그들의 도움처로써 기능을 다해야 함을 알려주었고 사목자들에게는 몸으로써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하느님의 옳으심을 밝히는 「선명성」은 교회가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적 몫임을 각인시켰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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