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24, 13~17 마르 16, 12
예수께서 부활하신 날 두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엠마우스라는 동네를 향하고 있었다. 엠마우스는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60스타디온 떨어져 있는 촌락이다. 한 스타디온은 그리스식 길이 단위로서 1백92미터이다. 그러니까 약 11.5㎞의 거리이다. 그런데 엠마우스라는 동네는 현재에는 없어진 동네로서 어디에 있었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엠마우스는 어디?
다만 예루살렘에서 요빠로 가는 길에 암와스(Amwas)라는 곳이 있는데 이 마을은 예루살렘에서 1백60스타디온(30.7㎞) 거리에 있다. 암와스는 철자가 엠마우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암와스를 엠마우스로 생각하여 예루살렘에서 엠마우스까지 1백60스타디온 이라고 한 사본이 있고 이를 지지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예수를 알아본 두 제자가 저녁을 먹고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가서 열한 제자들을 찾았다는 기사를 볼 때 밤길 30.7㎞는 너무 멀다.
따라서 엠마우스는 예루살렘에서 60스타디온 떨어진 곳이라는 사본이 더 이치에 맞는다. 60스타온의 거리는 30리가 좀 못되는 거리며 두 제자들은 예루살렘에서 엠마우스로 가는데 도보로 2시간 정도 걸렸을 것이다. 그들은 열두제자 중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예수를 따르던 제자로서 지난 2~3일 간에 일어난 예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예수의 시신 실종사건 등으로 예수의 측근 제자들과 함께 몹시 불안정한 시간을 보내다가 지금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희망잃은 예루살렘
그들이 예루살렘을 떠난 것은 오후 시간이었다. 엠마우스에 도착하자 날이 저물어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보아 도보 여행이 두 세 시간은 걸렸다. 그들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바삐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예루살렘에서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서 약간은 실의에 빠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만큼 두 사람은 길을 가면서 예수의 제자답게 근일 일어났던 예수께 대한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예수를 따라다니던 사람들로서 예수께서 하신 일과 말씀에 큰 능력을 보이신 예언자로 생각하고 있다가 무참히 십자가형을 받고 죽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암담한 심정에 빠졌었다. 그래서 그 일이 못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아 요 며칠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하여 대책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낯선 사람의 동행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그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낯모를 사람이 있었다. 바로 주님이신 예수였다. 루가복음서는 예수를 길 가는 나그네로 묘사하고 있다. 교회는 이 세상에서 여행 중에 있는 길손이고 예수께서는 늘 교회와 함께 길동무가 된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걸으면서 주고받는 이야기가 무슨 소리요?』라고. 그들은 함께 걸으면서도 이 낯선 사람이 예수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루가복음서가 말하는 대로 그들의 눈이 가리워져서 못 알아보았는가? 아니면 부활하신 예수의 모습이 초자연적인 어떤 다른 모습이어서 못 알아보았는가?
알아보지 못한 이유
아침에 막달라의 마리아도 처음에 알아보지 못하다가 조금 머뭇거린 후에야 주님을 알아 뵈었다. 여기서 예수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회 안에서 예수를 만난 모든 신자들이 예수의 참 모습을 알아보기까지는 그들의 믿음이 굳어지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루가복음서는 강조하려는 것이다.
두 제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자못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낯모르는 사람은 보아하니 예루살렘에서 오는 사람 같고 예루살렘에 머물렀던 사람이 근간에 일어난 일을 모르다니 그들은 정말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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