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의 여고생이 운동장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었다.
그들 곁을 지나가다가 왠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는 한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네 본명이 뭐니?』 『저는 신자가 아니에요』 『그럼, 내가 미리 본명을 정해 줄까? 만일 예비자 교리를 받고 영세를 받게 된다면 로사라는 세례명을 가지면 어떨까?』 『로사? 로사가 무슨 뜻이에요?』 『손을 내밀어 봐』 그 학생의 손바닥에 「rosa」라고 써주었다. 『로사는 장미라는 뜻이야. 네 눈이 장미 꽃처럼 예쁘니까 그 이름이 어울릴 것 같아』 그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다음날 내 책상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수녀님, 내 얘기를 들어줄 상대가 생겨 전 무척 기쁩니다. 저는 항상 남의 눈치를 보며 사는 소심한 소녀입니다. 전 저의 그대로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준다는게 너무나 두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자신의 모습에 콤플렉스가 생기면서 남들과 얼굴을 마주 한다는게 두려워 졌습니다. 전 저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 싫습니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제가 너무나 한심스럽습니다. 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고 여고 시절을 즐겁게 지내고 싶습니다. 수녀님 전 하루하루를 긴장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중략)…수녀님, 이제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상태로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내일이 다시 온다는 게 두렵습니다』
무남독녀인 이 청소년은 대화할 상대가 없었기에 소심증에 걸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성장하는 동안 칭찬을 거의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점심시간, 학교 성당에서 매일 봉헌되는 미사에 어색한 자세로 참여하고 있는 그 학생을 볼 수 있었다.
「칭찬」은 청소년들의 마음에 기쁨과 용기를 준다. 칭찬을 한번도 받지 못한 청소년은 자신 안에 있는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냉정한 비판과 평가를 받으며 자란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하고 의기소침하기 쉽다.
적절한 「칭찬 한마디」는 청소년의 마음을 사지만, 감정섞인 「비난 한마디」는 청소년들에 반감을 주어 관계를 단절시킨다.
예비자 교리가 시작되던 날, 그 학생은 사과같이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수녀님, 여기 로사도 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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