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나이를 먹으면 시에 대해서도 감각이 무뎌지고 나태해지기 쉽지요. 이번 수상은 느슨해지려는 시심(詩心)에 줄을 당기는 채찍이라고 생각합니다』
제4회 공초(空超) 문학상을 수상한 김여정(소화데레사ㆍ63ㆍ세륜중학교 교장) 시인. 시를 쓰는 자세가 치열하기로 이름난 그의 수상작은 지난해 나온 아홉번째 시집 「봉인 이후」에 실린 「호박덩이」이다.
『열일곱살에 시집 온 어머니가 살았던 삶과 한을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담담하게 표현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는 자주 쓰지 않았지만 30년을 시인으로 살아온 딸로서 어머니를 노래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홍윤숙 시인 등 심사를 맡은 위원들은 『우리네 가족사에 더러 있게 마련인 슬픔의 내력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삶의 정한을 다루고 있는 맵시와 눈길이 매끄럽고 깔끔하면서 감칠 맛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어 선생님이자 시인 교장으로서 김씨는 학생들이 단지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문학 작품을 읽고 감상할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친다. 『20년 전에 가르쳤던 한 제자가 자신의 첫 시집을 들고와서 「선생님 수업을 듣고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었다」고 털어놓은 그 기쁨과 환희를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었겠습니까』
최근에는 시에 대해 학생들이 다만 「맛이라도 보았으면」하는 마음으로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모두 참여하는 시 낭송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김씨는 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9권의 시집을 비롯해 여러권의 시 선집, 수필집을 펴냈고 월탄 문학상, 한국시협상, 동포 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남명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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