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에 퀴리부인에 대한 전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두 딸들이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받은 노벨상의 메달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았다는 구절에서 충격과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다. 치열한 삶을 통해서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을 꿰뚫을 수 있었던 퀴리부인의 정신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어린이들이 있는 집을 가보면 대부분의 어린이 방에는 어떤 종류이든지 몇 개씩 상장이 걸려 있다. 청소년들의 방도 예외가 아닐 경우가 많다. 그 상들을 보면서 나는 자주 하얀색 종이조각이 그 방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질문을 혼자서 던져 본다. 아이는 매일 그 종이를 보면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일까?
얼마전 우연히 「예쁜 어린이 선발 제전」에서 예쁜 어린이로 뽑혀 상을 들고 웃고 있는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의 사진을 유아교육신문에서 보고 놀랐다.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축제라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상을 받은 어린이의 방에는 분명히 관을 쓰고 트로피를 안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상장과 함께 창문만 하게 확대되어 걸려 있을 것이다. 그 아이와 부모는 사진을 보며 명화를 바라보듯 흐뭇해 하리라.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그 아이의 정신은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예쁜 아이는 일생동안 「예쁘다」는 것에 메여 정신적ㆍ심리적으로 자유로와 지기도 힘들뿐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눈이 열려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살지 못한 아이는 세월이 지나 부모의 공명심과 허욕을 탓할 것이다.
루소는 그의 저서 「에밀」에서, 타락한 어른들로부터 어린이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를 자연으로 보내어 자주적인 인간이 되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어른들이여, 이성적이 되고 분별력이 있으라!』하며 그의 교육적 이념을 갈파했다. 상처받고 방해받는 어린이의 영혼은 올바른 교육을 통해서 구출되어야 한다. 더욱 시급한 것은 허영심과 열등감으로 무분별하게 된 어른들의 정신을 바꾸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해 상이 없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어린이에게 의욕과 꿈을 심어 주는 것은 상이 아니라, 그들에게 내적인 성취를 통하여 스스로 만족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얼마전 부터 우리나라에는 한 집 한 그림 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나는 때 늦은 이 운동보다 더 시급한 것은 집집마다 상장 내리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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