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극심한 위기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오존층 파괴와 산성비로 인한 피해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산림의 훼손과 생물종들의 멸종 위기는 이미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 물의 오염으로 인류의 보금자리이자 하나뿐인 지구는 이제 인간의 맹목적인 탐욕과 오만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 농약이나 공해물질에 찌들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우리가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물은 또 어디서 찾을수 있습니까?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온 지구환경의 파괴는 지금 이시간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만일 지금처럼 환경파괴가 계속 된다면 하나뿐인 지구는 지금까지 포용하고 있던 모든 생명을 거부할 것입니다.
지구환경의 위기는 도덕의 위기를 의미합니다. 그것은 곧 생명존중의 결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연환경은 이기적 욕심과 무모한 경제개발로 인해 희생되어 왔습니다. 발전과 복지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환경파괴는 결국 우리 인간 스스로를 파괴하는 근본적 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위기에 직면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을 온전하게 보존하도록 맡겨주신 하느님의 특별한 사명을 상기해야만 합니다.
하느님은 당신 모상으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모든 피조물을 만드시어 지혜와 사랑으로 다스리도록 부르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창조주의 계획을 거슬러 이를 무참히 파괴해 버렸고 지금도 그 파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지금 훼손된 자연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하신 본래 상태대로 회복해야 할 엄숙한 숙제가 놓여 있습니다.
다행히 오늘날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많은 이들의 공감속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도 인간과 자연이 본래 형성하고 있던 조화를 되찾기 위한 운동을 다각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성과는 미비하고 환경보호 의식은 교회 전반에 충분히 확산돼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에 우리 평신도들은 하늘과 땅 물 등 모든 자연을 공해와 오염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데 적극 동참할 것을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은 실천운동을 선언합니다.
▲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똑같이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창조주의 뜻과 질서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생명을 존중하는 일에 앞장선다.
▲ 우리는 지금 나부터 환경보호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가정과 직장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생활안에서 실천한다.
▲ 우리는 환경문제가 공동의 책임임을 명심하고 가족, 친지는 물론 이웃과 지역사회와 함께 실천운동을 전개한다.
▲ 우리는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기업의 사업이나 정부정책 등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이를 수정하도록 촉구하는 일에 앞장선다.
1996년 6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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