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2월1일자
1931년 2월1일자 천주교회보 2면에는 전(全)조선주교회의(朝鮮主敎會議)가 개최된다는 예고 기사가 실렸다. 그해 9월14일부터 개최될 주교회의 예고가 2월호 신문에 게재된 것은 좀 이른감은 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1931년은 조선에 교구가 설립된지 꼭 1백주년이 되는 해였고 9월9일은 조선교구가 설립된 바로 그날이 되는 때였기 때문이었다.
『전 조선 다섯 교구 주교회의를 개최하기 위하야 작년 12월10일에 서울 대주교 댁에서 각 교구 주교의 첫 모임이 있어 회의 날자를 오는 9월14일부터 26일까지 12일 동안으로 정하였고 <중략>』 이어 기사는 그해 3월 각 교구별로 예비회의에 초안을 제출, 토론한 후 9월 정식회의에서 결의를 한다는 주교회의 과정과 아울러 결의된 사항은 즉시 교황폐하께 올려 재가를 받은 후에 반포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선의 다섯 교구가 참가하는 주교회의 예고 기사는 두 가지 점에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제1차 전 조선주교회의가 열린 것은 1857년. 그러니까 1931년 9월에 개최될 전 조선주교회의는 74년 만에 열리는 조선의 두 번째 주교회의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 의미는 31년은 조선에 주교교구가 설립된 지 1백주년이 되는 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보도도 조선교구 설정 1백주년의 해에 주교회의가 개최된다는 사실에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857년, 제1차 전 조선주교회의가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한 명이던 주교가 두 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제1차 전 조선주교회의는 장 시메온 주교와 안 안토니오 부주교가 계심으로써 이루어졌고 그것은 교회의 법률적 조항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이 사항을 좀 더 상세히 알기 위해선 당시 보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교회에서 거행되는 회의는 교황페하께서 전 세계 주교를 다 모아서 거행하시는 공회(公會), 교황의 분부대로 나라나라 지방지방을 따라 전국 주교회의와 전 지방주교회의가 있다. 성교회 법률에 한나라 한 지방 주교는 적어도 20년마다 한 번씩 주교회의를 거행하라하였다. 그러나 조선서는 지금까지 한번밖에 거행하지 못하였다. 그는 곧 강생 1857년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74년 전이었다』
두 명의 주교가 탄생하고 1857년에 교회의 법률에 따라 첫 주교회의를 개최한 바 있는 조선 천주교회는 다음회의를 개최하기까지 무려 74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20년마다 지역 주교회의를 개최하도록 규정한 교회 법률을 어기고 제2차 주교회의를 열기까지 걸린 74년의 세월은 필경 고난과 역경의 세월이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예고대로 1931년 9월 제2차 전 조선주교회의가 경성에서 개최됐다. 그해 11월1일자 천주교회보 1면은 한 장의 사진기사로 74년만의 주교회의 결과를 알리고 있다. 당시 교황대사 「무니각하」를 중심으로 양편에 경성의 민 대주교, 대구의 안 주교가 좌정을 하고 있고 원산의 신 주교, 평양의 목 주교, 그리고 연길의 백 주교 등 5개 교구장이 앞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당시 주교회의 기념사진은 참으로 감회깊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주교회의 결과를 교황페하께 올려 재가를 받은 후 반포를 하기까지 아마도 당시의 통신 사정으로는 수월치 않은 시간과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31년 제2차 전 조선주교회의 결과는 그로부터 한참동안 천주교회보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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