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24, 18∼24
엠마우스의 두 제자는 예수를 따라 다니던 공동체 중에서도 열두 제자를 중심으로 뭉쳤던 일원들이다. 그들은 예수와의 대화에서 『우리 가운데 몇몇은 여인들이… 』라고 하였고 그리고 베드로와 요한을 가리켜 『우리 동료 몇 사람』이라고 했다.
알려지지 않은 두 제자
그러나 엠마우스의 두 제자가 누구들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들을 대표하여 예수와 말을 주고받은 사람은 클레오파스라고 명시되어 있다. 클레오파스라는 이름은 클레오파트로스의 축소형이고 셈족어로는 클레파스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이 클레오파스라는 예수의 십자가 밑에 서 있던 부인들 중 「클레프스의 아내」(마리아)라고 한 그 클레파스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클레파스는 유세비우스가 「교회사」라는 책에 인용한 헤게시푸스의 말에 따르면 예수의 양부 성 요셉의 동생이다. 클레파스는 소 야고보의 아버지이며 소 야고보는 후에 예루살렘 교회의 주교가 된 사람이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신 것을 기사로 쓴 루가는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인물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여튼 클레오파스는 갑자기 끼어든 길동무가 그토록 중요한 일에 무관심한 것에 기분이 언짢은 듯 예수께 말했다. 『도대체 예루살렘에 있던 사람치고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을 모르는 사람이 당신 말고 누가 있겠소』
무슨 일인데 그러냐고 되묻는 예수에게 그들은 예수께 관한 모든 일을 설명하였다. 그것은 나자렛의 예수에 관한 일인데 그분은 그 하신 일과 말씀으로 하느님과 모든 백성들 앞에 능력있는 예언자임을 드러내신 분이라고 예수의 인물 소개를 한 뒤 그분은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실 분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였다.
여기서 「나자렛의 예수」라는 말을 하였는데 이 말은 지금까지 예수의 적대자들이 예수를 경멸하기 위하여 쓰던 호칭이었다. 이 두 제자들의 입을 통하여 보잘것없는 나자렛의 예수는 모든 백성에게 하느님의 예언자로 비치었고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비치었지만 대사제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잡혀 로마관헌에게 넘겨져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형을 당하였다고 말하였다.
이와 같은 진술은 예수의 부활 후 초대교회가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교회의 초보적인 가르침이었다. 그때로부터 나자렛의 예수라는 말은 신자들에게 친근한 말이 되었다. 두 제자의 예수 소개의 말 중에 그들은 「그분」이라는 말을 13번이나 써가며(원문에서) 예수가 누구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본대로 들은대로
그분이 처형당한지 사흘이 되는 그날 아침 일어난 일을 두 제자는 본대로 들은대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깜짝 놀란 것은 그날 새벽 일찍 몇몇 부인들이 무덤을 찾아 갔던 일, 시체가 없어진 일, 천사들이 나타나 그분은 부활하셨다고 전했다는 일, 몇몇 동료들이 무덤에 가서 부인들의 말을 확인한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 하였다. 예수의 부활교리를 가르치기 위한 뜸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도들과 일치 강조
두 제자가 낯설은 나그네에게 그간 일어난 일들을 설명하면서 사도들과 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강력한 표시로 「우리중의 여인들, 우리 중의 몇 사람」이란 표현을 썼지만 대제관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을 가리키면서도 「우리의 대제관, 우리의 지도자들」이란 표현을 썼다. 이것은 그들이 예수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기는 했지만 대제관들과 민족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반대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고 보면 두 제자들 중 한 사람인 클레오파스는 예수의 친척으로서 예수의 전교생활 시초에 사람들이 예수가 미쳤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예수를 찾아 집으로 데려 오려고 했던 친척 중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리가 가능하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