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녀의 문제로 상담을 하러 오는 어머니들의 대부분은 그들의 자식이 「무엇을 하지 못한다」라는 것 때문에 깊은 근심을 하며 치료 방법을 문의한다. 나는 상담시간의 절반 이상을 그들 자녀의 문제점에 대해 듣고 그후에, 그들이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자식이 못하는 여러 것에 대해 설명을 하던 어머니들은 나의 질문에 당황해하며 『이 아이는 아무것도 못해요!』하는 대답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는 그들에게 『당신의 아이는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며 생각할 여유를 주고 기다린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어머니들은 그들의 자식이 『무엇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조심스레 생각을 끄집어 낸다. 긍정적인 쪽으로 이야기가 바꿔지면서 그들의 경직되고 근심어린 표정은 조금씩 밝아지고, 마치 잊고있던 것을 생각해내는 것처럼 차츰 그들의 자식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다른 어린이들과 비교해서 그들의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자식에 대해 오랫동안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 어머니들로서의 주의를 기울이기가 힘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그들의 시선은 자식의 장애만을 보는데 길들여져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어머니는 몇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화는 장애의 문제점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의 개선 가능성을 찾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어린이의 장애만을 집중해서 봄으로써, 그 아이의 전체성을 간과하기 쉽다. 장애는 한 인간의 일부분이지 전체는 아니다.
예를 들어 언어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그림에 관심을 가졌으면, 그 아이에게 언어치료만을 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그림에도 시선을 돌려보자는 것이다. 아이와 같이 색을 가지고 놀이를 하거나, 그림 그리는 아이 곁에서 말을 걸어 주거나, 색깔에 열광한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같이 기뻐하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에게 숨겨져 있던 건강한 에너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그릴때 만이라도 아이는 그동안 끊임없이 들었던 「말 못한다」라는 것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으리라.
말이 늦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를 언어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더욱 필요한 것은 어린이의 전체성을 보면서 장애를 치료해 나갈 수 있는 우리들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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