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3월1일~11월1일자
한국교회가 역사의 흐름을 바탕으로 기념행사에 관심을 둘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1931년이었던 것 같다. 그 해 천주교회보 2월1일자 전조선 주교회의 소집 기사 중에 언급된 조선교구 설정 백주년 기념행사들은 31년이 저물어가는 그 해 말 보도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3월1일자 천주교회보 2면에 게재된 「경성 3지방 대표 백주면 기념에 대한 의논」이란 제하의 기사는 백주년 기념행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첫 기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다음은 1단으로 처리된 기사 전문. 『경성에 종현, 약현, 혜화동 셋 본당 대표자와 연합 청년회 대표들이 지난 2월1일에 종현 청년회관에 모여 조선 성교회 백주년 기념에 대한 의론이 있었는데 중요한 사건으로는 성극, 전람회, 유공한 교우 표창, 기념사업에 관한 것이였다더라』
그 해 8월1일자로 이어진 백주년 관련 기사는 경성에서 「백주년 기념으로 병원 설립」계획과 「백주년 기념 축하 개최 준비회가 유공자 표창을 계획한다」는 내용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으며 10월과 11월에 걸쳐 백주년 관련 기념 기사는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 기사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원산본당에서는 백주년 기념으로 하복 백벌을 지어 구차한 사람 백명에게 나누어 주었다더라』. 『경성교구 연합 청년회는 백주년 기념으로 조선 천주교력사를 발행하였는데 이 력사는 간단하나 아름답게 된 양장책으로서…』. 11월1일자 관련 기사들은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9월26일 개최된 백주년 기념 축하회를 필두로 경성교구에서 펼쳐진 기념행사들은 백주년 기념 강연회, 조선 공교회 역사 재료 전람회, 경성교구 청년회 연합회 총회 등등으로 당시 교회로서는 참으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초대 조선교구장으로 임명되었으나 입국전에 내몽고 서만자에서 선종한 소 뷔르기에르 주교 분묘를 조선으로 천묘(遷墓)했다는 기사는 특별한 감회를 갖게한다. 빠리외방전교회 소속의 소 주교는 1831년 조선에 교구가 설정되면서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됐으나 조선 입국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몽고땅 서만자에서 눈을 감고 말았던 비운의 성직자였다. 그러 소 주교가 임명된지 1백년이 되어서야 자신의 부임지를 밟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같은 달 천주교회보 다른 면에서는 역시 백주년 기념행사로 여념이 없는 대구지방의 행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백주년 축하 제등(提燈)행렬을 중심으로 대구 소년부가 주최하는 백주년 기념 소년 유대철 치명극, 진주읍의 백주년 잔치등 등이 바로 그것.
복자첨례를 기해 치뤄진 평양교구의 백주년 기념행사, 간도 용정과 두도구 성당의 축하행사 그리고 문산성당의 백주년 기념 등대건립 기사 등은 동경신우회가 백주년 기념사업에 보태어 쓰도록 의연금 30원을 모아서 4교구에 나누어 보낸 이야기와 더불어 1931년, 조선교구 설정 백주년 기념의 해를 생생히 기억하게 하고 있다.
마침 우리 교회는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을 맞아 조촐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보다는 사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 속에서도 준비되는 김 신부 순교 1백50주년의 해, 우리 모두는 당시 조선교구 설정 백주년을 기념하여 보도된 1931년 10월1일자 선전문에 잠시 마음을 내 맡길 필요가 있다.
『형제여 오늘의 이 깃븜이, 영광이, 다만 우리들 천주교인에게만 국한한 깃븜과 영광이 아닌줄 알자. 그리고 참되히 살아가기 위하야 바른 길을 찾아 나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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