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24,25~35
「사흘째 되는 날」인데도 제자들은 『나는 사흗날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라고 여러 번 예언하신 주님의 말씀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사도 바오로는 『부활에 대한 믿음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가 된다』(고린전 15, 1)고 강조하였다. 이 말은 초대의 사도교회가 사람들에게 예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가르치는데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도들조차도 예수께서 부활하신 그날에는 부인들의 목격담을 들은 것 뿐이었고 그 말만 듣고는 믿기가 힘들었다는 것을 복음서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부활에 대한 확신
엠마우스 길의 두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부인들의 터무니없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으며 믿음직한 베드로와 요한은 무덤에 가보았지만 예수를 만나지는 못하였다고 말하였다. 이들에게 아직 예수 부활에 대한 확신이 서 있지 않았다. 그들도 예수의 부활 예언의 말씀을 깡그리 잊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아둔함을 나무라신 다음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도움 말씀으로 그들의 생각을 유도하셨다. 『예언자들이 메시아에 관하여 예언한 말씀을 생각해 보라. 메시아는 이 모든 고난을 겪어야 하고 그 다음에 영광을 받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어서 예수께서는 모세의 율법서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예언서를 훑으면서 메시아의 수난과 영광에 관한 성서 말씀을 들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셨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에만 갇혀 있을 때 밖을 내다보지 못한다. 두 제자들은 처음 이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길을 같이 가면서도 상대방의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을 만큼 자기 생각에만 갇혀 있었다. 그래도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는 사람」(루가 8, 15)에게는 씨가 자라서 열매를 맺도록 주님의 은총이 내린다. 이들에게 들려주신 예수의 말씀은 그들로 하여금 예수의 부활을 믿도록 도와주었다. 은총의 말씀이었다.
은총의 말씀
이럭저럭 그들은 목적지인 동네에 도착하였다. 여기에는 두 제자 중 한 사람의 집이 있다. 예수께서는 다른 곳에 특별한 목적지가 없었지만 더 가려는 몸짓을 하였다. 사실은 이들에게 부활의 체험을 시키려고 지금까지 따라 오셨다. 예수께서 길을 계속 가시려는 것을 보고 그들은 한사코 붙들었다. 『이제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저희와 함께 묵어가십시오』
옛날 우리네 풍속과 마찬가지로 남의 집에 초대되려면 주인 측의 집요한 요청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길동무였던 사람을 밤중에 먼 길을 가게 하는 것은 주인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예수께서는 초청을 받아 들였고 그 집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위하여 자리를 잡은 다음 예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올린 다음 빵을 쪼개어 나누어 주셨다. 이 행위는 유대인들 생활에서는 집주인이 하는 행위이고 이것을 본 두 제자는 아마도 예수의 최후의 만찬이 생각났을 것이다.
루가는 이 기사를 쓰면서 초대교회가 거룩한 만찬 예식을 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임재하심을 일깨우고 성 만찬에서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체험하고 있다는 것을 후대에 전하려 하고 있다. 과연 두 제자는 이때 눈이 뜨이고 마음이 열리어 낯선 나그네가 바로 예수임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예수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제자들은 『그분이 길에서 성서말씀을 설명하며 말씀하실 때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끼지 않았는가』라고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달려가 거기에 모여 있던 11제자와 그 동료들을 찾았다. 이때는 이미 그들도 주님의 부활사실을 확신하고 있던 때였다. 그들은 주님이 시몬 베드로에게도 이미 나타나셨다는 이야기를 두 제자에게 해 주었고 두 제자는 길에서 있었던 일과 빵을 쪼개는 만찬 때 예수를 알아보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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