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리스도교 재일치를 위한 성사 - 상호 접근
그리스도교 재일치 문제를 논할 때 우선적으로 지목되는 재일치해야 할 상대들이라면 가톨릭과 개신교(프로테스탄트)를 들 수 있다. 두 공동체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1521년 1월 3일을 시점으로 갈라졌었다. 갈라질 수 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이라면 역시 가톨릭의 기존의 가르침과 프로테스탄트의 가르침 사이의 조화될 수 없는 차이로 인한 것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그것은 결코 교의신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앙 교리의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가톨릭의 입장에서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가톨릭의 신앙교리를 명백하게 제시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었고 또 그러했기에 누가 이단자인지 가려내려는 일에 대해서라기 보다는 무엇이 이단인지를 가려내는 일에 근본적인 관심을 가지고 처리하고자 했었다. 한마디로 교회로서는 초점을 맞추었던 관심의 결과를 교도직의 성명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다 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소집된 공의회가 트렌트 공의회(1545~1563년)였다.
가톨릭의 입장에서 이 공의회에서 다루었던 중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해서 공의회의 성격을 말한다면 두 가지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 한 가지는 『트렌트 공의회는 교회의 내부적 자각과 참된 종교개혁을 이룬 공의회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역사적이고 시대적인 결과가 말해주듯이 『트렌트 공의회는 그리스도교의 참담한 분열의 직접적인 책임소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스도교 분열에 대한 책임만을 말한다면 결자해지가 아니던가! 용의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던 「그리스도교 재일치」운동이 금세기 들어서 한결 진전되어 감을 느끼게 한다. 개신교의 입장에서는 1900년 뉴욕에서 「에큐메니컬 선교회의」를 열고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교가 일치하여 선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선 첫째로 교의와 교회제도의 상호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신앙직제 운동」을, 둘째로 선교활동에서의 상호협력과 일치를 지향하기 위한 「선교회의」를, 셋째로 심각해지는 제국주의 전쟁이나 식민지 분쟁에서 많이 발생하는 난민구제와 인권옹호를 위하여 여러 교회가 협력하는 『생활과 봉사운동』을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 그런데 이러한 운동들 가운데에서도 그 활동상이 그리스도교 재일치 운동의 핵심으로 보여지는 영역이 바로 신앙직제 운동영역이다.
특히 신앙직제 운동의 실무부서인 「신앙과 직제 위원회」는 1975년 세계 그리스도교 교회 협의회 나이로비 대회에서 세례와 성찬과 교역에 관해서 전 세계 교회의 의견을 수렴키로 결정한 후 1977~1982년 사이 전문가 40여 명이 1백40여 개 교파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한 결과 1982년 남미 페루의 리마에서 열린 신앙과 직제위원회 총회에 합의문서를 제출, 또 한 차례의 수정을 거쳐 위원회의 공식 문서로 채택했는데 이것을 「리마문서」혹은 「세례, 성찬 및 교역」이라는 영문자의 첫 머리글자들을 따서 BEM문서라고도 한다. 16세기 그리스도교의 분열 이후 결자해지적 차원에서 개신교 쪽에서 시도해 오던 그리스도교 재일치 운동의 구체적인 성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라고 할 만하다.
노력하는 측면에서 가톨릭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스도교 재일치」를 위한 가톨릭의 입장을 웅변하는 내용을 제 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의 문헌 안에서 찾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예외없이 모두가 중요하고 그 중요성은 서로 간의 연결관계에서 부각되어지는 공의회의 문헌 16개 가운데 한 가지가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인데 그 교령의 일부가 가톨릭의 태도와 의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단일 유일한 하느님의 교회 안에서 초기부터 분열이 생겼던 것이며 사도 바울로는 그것을 단죄할 것으로 엄히 책하셨던 것이다. 후세기에 와서는 더 많은 불화가 생겨, 적지 않은 단체들이 가톨릭교회와의 완전한 일치에서 갈라지게 되었으며 때로는 양쪽 사람들에게 탓이 있었다. 이런 단체들 속에서 지금 태어나서 그리스도를 믿게 된 사람들을 분열의 죄과로 몰아세울 수는 없으므로, 가톨릭교회는 그들을 형제적 존경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바이다. 그리스도를 믿고 합법적으로 세례를 받은 이들은 비록 완전치는 못하나 가톨릭교회와 어느 정도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때로는 규율상으로, 또는 교회의 조직상으로 보아 여러 모양으로 차이가 있으므로 완전한 교회적 일치에 적지 않은 장애가 가로 놓여있고, 때로는 중대한 장애 거리가 있지만 일치운동은 바로 이런 것들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성세 때에 믿음으로 의화된 그들은 그리스도의 몸에 결합되었으므로, 크리스찬이라는 이름이 당연하며 가톨릭교회의 자녀들은 그들을 주님 안의 형제로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일치교령 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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