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신앙생활」 「자기 생각만 옳고 남의 고통이야 아랑곳 하지 않는 고집스러움」. 김현숙(가명)씨가 털어놓은 얘기의 전말은 대충 이러한 말들로 압축될 수 있었다.
20대 중반을 막 넘긴 김씨의 사연은 매우 특이했다.
그는 태중교우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아세례를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남들이 하듯 주일학교에 다니고 교회 행사에 참석하곤 했다. 그러나 특별히 신앙심이 깊었다거나, 본인 역시 그러한 노력을 기울인 기억은 별로 없다. 그저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신앙생활 역시 그랬다.
중ㆍ고등학교 시절 조금씩 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던 것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급기야 심각한 신앙의 회의로까지 이어졌다. 원인은 다름 아닌 어머니에 대한 할머니의 편견과 홀대였다. 소위 말하는 고부간의 갈등, 정확히 말하면 시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구박이었다.
『오래전부터 봐 오던 거지만 학업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뭐가 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철이 들고 어느 정도 판단력이 생기면서 할머니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가 밝히는 할머니의 행동은 고부간의 갈등이라고 넘기기에는 정도가 심했다. 『어머니가 하는 일은 부엌일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간섭하며 나무랍니다. 뿐만 아닙니다. 조금 전까지 이렇게 하라고 시켜놓고선 뒤돌아서면 왜 그렇게 했느냐고 다그칩니다. 20년을 넘게 그런 구박 속에서 살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숨이 막힐 노릇입니다』
김씨가 할머니의 행동을 「구박」이라고 단정짓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친척 집에 가거나, 친척이 방문하면 할머니의 태도는 전혀 다른 사람이 돼요. 그렇게 상냥하고 자상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의 경우보다 더 못한 상황에서도 불평이나 나무라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머니에 대한 구박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김씨의 부모는 시집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녀의 신앙생활에 회의가 찾아온 것도 할머니의 이러한 행동과 할머니가 본당에서는 알아주는(?) 열심한 신자라는 데에 원인이 있었다. 모두들 할머니의 열심을 화제로 삼았고, 회원으로 활동하는 단체도 여러 군데였다.
그럴수록 그녀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할머니의 구박을 못 이겨 고통스럽게 울먹이는 어머니를 바라볼 때면 같은 여자로서, 딸로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도대체 신앙이란 것이 무언가,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의문만 생겨났다고 한다.
『집에서도 어머니와의 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뒤에도 기도하자고 다 부르십니다. 하지만 그때뿐 이예요. 기도가 끝나고 얼마 안 있어 똑같은 구박이 계속되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희들은 어떠했겠습니까』
언제부터인가 성당에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나란히 함께 있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성당으로 향하는 발길도 뜸해졌다. 미사중엔 온갖 분심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는 2년 전부터 냉담하고 있다. 『할머니의 성격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고, 또 궁극적으로 이런 일로 자신의 신앙생활까지 포기하는 것은 변명이라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른 일에선 너무도 다르고 딴 사람 같은 할머니를 보면 신앙이 무슨 덕이 되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김씨는 『시간이 지나면 잘 해결될 거라며 냉담하는 딸을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안됐다』며 『표정 하나 말 한마디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나올 수 있는 것이 신앙의 힘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난은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자신이나 주변에 냉담과 관련한 사연이 있으면 연락해 주십시오(02-778-7621 : 053-255-2485). 신자 여러분들의 참여와 다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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