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전 독일 몬테쏘리학교에서 말로만 듣던 자율학습을 참관한 후에 다시 초등학교의 학생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독일의 초등학교는 4년 과정인데 몬테쏘리학교 어린이들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오전 두시간 동안 공동학습을 한다. 그 곳에서 받은 나의 첫 인상은 언뜻 보기에 아무렇게나 배치한 듯한 책상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일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나의 시선을 끈 아이들은 유리상자에 있는 개미들을 관찰하며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른 책상의 어린이들은 곤충의 사진과 설명이 있는 책을 보았고, 창가에 앉은 두 아이는 거미와 벌을 그렸다. 한 여자아이는 공책에 지렁이를 그려놓고 지렁이에 대한 글을 쓴다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세 명의 아이들은 지질도를 보며 곤충이 화석으로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모든 어린이들이 이 주제로 학습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전 찾기에 몰두한 아이, 동화책을 읽는 아이, 몬테쏘리 교구로 수학과 언어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교사는 한 아이의 수학공부를 도왔는데, 세 명의 아이들이 곁에 서서 같이 듣고 있었다. 가끔씩 아이들은 교사에게 와서 공책을 보여주며 검사를 받든가 질문을 했다. 교실이 시끄러워지면 교사는 조그마한 종을 치고, 아이들은 다시 목소리를 낮춘다.
참관 후에 나는 교사에게 곤충학습이 학습계획에 의한 것인지를 물어 보았다. 교사는 고개를 저으며 그 주제는 한 어린이가 개미를 관찰하고 싶다고 하여 그 아이의 아버지가 개미와 흙을 구해와서 유리상자에 넣어둔데서 연유했다고 설명하였다. 다른 아이들도 개미를 관찰하면서 그에 관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곤충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교실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곤충에 관한 주제를 다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어린이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있는 분야를 제시하며 그들의 수준에 맞는 학습내용으로 다가간다.
몬테쏘리 이론에 의하면 스스로 선택한 학습으로 어린이는 집중력을 키우며 정신적인 내면화와 자립심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습관을 익힌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었을 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정서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아지고 있다. 간섭과 명령으로 인한 자율성의 억제, 과잉보호로 인한 상처가 중요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몬테쏘리교육의 정신을 현실화 해나가는 노력과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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