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24,36∼43 요한20,19∼23
예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지 사흘째 되던 날 베드로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망연한 하루를 지냈다. 부녀자들의 무덤 방문 소동과 주님을 뵈었다는 그들의 전언, 그리고 자기 자신이 무덤을 황급히 가본 일, 그리고 또 직접 주님이 자신에게 나타나신 일 등을 겪으면서 베드로는 뿔뿔이 헤어졌던 동료 제자들과 사후 대책을 의논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네가 나에게 돌아오거든 형제들에게 힘이 되어다오』(루가22, 32)라고 부탁하신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들이 모인 곳이 어딘지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며칠 전에 주님과 최후만찬을 하던 방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유대인들의 위협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문을 닫아걸고 있었다. 이렇게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 엠마우스의 두 제자가 도착하였다. 그들은 자기들이 겪은 일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불현듯이 예수께서 나타나 그들 가운데 서 계셨다. 그들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심리상태였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워서 유령을 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친근감을 주는 어조로 『여러분께 평화!』라고 인사하셨다. 이어서 『무엇이 무서워 갈피를 못 잡고들 있느냐. 왜 미심쩍은 마음을 품고 있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분명히 나다. 자,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 않느냐. 보다시피 나에게는 있지 않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며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주셨다. 두 손과 두 발은 십자가에서 못박힌 상처이고 옆구리는 십자가에서 창에 찔린 자리이다. 이 다섯 상처를 이후 교회 신학에서는 오상(五傷)이라 하는데, 예수께서 오상자국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육신상의 부활이었음을 보여주신 것이었다. 그 상처 자리는 제자들에게 보여주실 때에도 여전히 핏자국이 생생했을 것이고 이것을 본 제자들은 주님이심을 생생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이 오상은 신학에서 구원의 핏줄기로 해석하며 예수 그리스도 자신으로서는 승리의 대훈장으로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제자들은 놀라기도 하였고 주님을 뵈었기 때문에 몹시 기쁘기도 하였다. 그들은 놀라움과 기쁨에 들떠서 자기 자신들이 믿어지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이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더 확신을 주려고 『여기 무엇 좀 먹을 것이 있느냐?』라고 물으셨다.
그들은 그동안 경황 속에 지내다가 갑자기 여럿이 한 방에 모여 있는 터라 변변한 식량을 장만하지 못하였다. (먹다 남은?) 구운 물고기를 드렸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을 받아 잡수셨다.
그리고 또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분에게 평화!』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에게 입김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를 사해주면 그의 죄는 사해질 것이고 그 죄를 묶어두면 그 죄는 묶인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낸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파견의 말씀은 예수께서 아버지께 마지막 기도를 올릴 때 말씀하신 내용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것과 같이 나도 이 사람들을 세상에 보냅니다』 어디로 무엇하러 보낸다는 말씀은 또다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실 것이다 (마태28, 19: 마르16, 15: 루가24, 47)
제자들은 우왕좌왕 산란했던 마음의 갈피를 가다듬고 주님이 맡기신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야 한다.
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화가 필요하다. 『여러분에게 평화!』
그들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성령의 힘이 필요하다. 『성령을 받아라』
그들의 임무는 세상을 구원하는 주님의 일을 계속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사람들의 죄를 사해 주는 일이 주 임무가 될 것이다. 그들은 사죄권을 받았고 이 권한은 주님과 마지막 이별때 또다시 강조될 것이다. 주께서 부활하신 날 제자들에게 신품(神品)을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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