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아침이었다. 학교 미사가 막 끝났을 무렵, 여중생 여섯 명이 장미꽃 한 송이씩을 들고 마치 동방박사처럼 학교 성당 안으로 일렬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여기까지 웬일이니?』. 『오늘은 스승의 날이잖아요. 수녀님께 감사드리고 싶어 왔어요!』. 『교무실에 갔더니, 수녀님께서 여기에 계시다고 말씀하셨어요. 저희들 보고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착한 학생들이라고 칭찬해 주셨어요』. 수경이는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는 장난스럽게 나를 꼭 껴안았다.
친구 선생님의 부탁으로 두 달 전 부터 그룹상담을 하러 가고 있는 모 여중 3학년 가출 청소년들의 장미꽃 선물은 나를 무척 감동시켰다. 감사를 장미꽃에 담아 표현한다는 것은 변화되고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도록 가르친 이 학생들의 담임선생님의 교육적 태도도 감탄스러웠다.
『요즈음 아이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새벽3시까지 학생들이 갈만한 곳을 모두 찾아 헤매다가 가출 이틀 만에 이 속썩히는 제자들을 발견한 선생님은 다행스러워 하면서도 허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었다. 『모든 청소년 문제는 가정에 있어요. 부모님의 참된 관심이 필요해요』
이 학생들의 가출 동기는 한 친구의 집에 모여 담배를 피우다 선생님께 들켰기 때문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집이 그들의 아지트였다. 그곳에 가면 자신을 인정해 주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퇴학 맞은 친구들과 소위 누구에게도 칭찬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은 그곳에서 수많은 대화를 나눴고, 호기심으로 술이나 담배를 배웠다.
그런데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불쑥 찾아왔다. 학교에 갈 일이 두려웠다. 부모님께서도 그런 그들을 더 이상 용서해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출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잃어버린 제자들을 찾아 헤매던 선생님께 붙잡혔던 것이다.
학생들이 준 장미꽃 여섯 송이를 성모님께 바친 후 함께 무릎을 꿇고 「성모송」을 바치는 동안 이런 글귀가 떠올랐다.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감사로움을 말이나 선물로 표현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은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쁨과 행복, 마음의 통교를 느끼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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