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4월 1일
1933년 4월1일자 천주교회보 1면 톱기사는 「브로큰」(全面) 페이지로 장식됐다. 제목은「축 창간 6주년」이었다. 「본보 창간 6주년을 마치며」로 시작되는 창간 6주년 기념호는 6주년을 천주교회보 재창간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제작진의 열의로 넘쳐흐르는 듯 했다.
6주년 기념사는 창간후 지난 6년간 적자투성이 천주교회보 살림살이를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창간 당시부터 40원이란 부채를 안고 시작한 천주교회보는 4년여 동안 물경 9백36원이란 거액의 부채를 짊어지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념사는 31년부터 남방교구 기관지로 승격하고 후원회를 발족하는 등 32년말 현재 82원여의 부채만이 남았고 이 역시 적극적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천주교회보의 희망적 미래를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천주교회보의 열의와 의욕은 6주년 기념호 곳곳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대대적인 기념광고와 더불어 독자들의 원고를 모집하는 사고, 그리고 내용의 충실함 등을 약속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그 희망적 징표는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실제로 33년 당시 천주교회보 발행부수는 2천부를 넘어섰으며 일본 중국 만주 그리고 하와이에 이르기까지 당시로서는 놀라울만큼 폭넓은 독자층의 지지를 얻는 등 활기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약에 대한 희망과 의욕으로 가득찼던 6주년 기념호는 그대로 폐간호가 되고 말았다. 『거 3월18일부 조선 5위 주교의 교서에 의하여 천주교회보는 본 73호로 폐간함. 1933년 4월15일 천주교회보사』. 폐간 결정을 알리는 별도의 신문제작이 없이 창간 6주년 기념호 위에 그대로 고무인으로 찍어 알리고 있는 천주교회보의 폐간 소식은 폐간 결정이 갑자기 이뤄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3개월 늦게 창간된 서울의 「별」지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잘 나가던 천주교회보가 「별」지와 함께 폐간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 주교회의 교서에 잘 나타나 있다.
『금번 5교구가 연합하여 지식 청년을 상대로 하는 월간잡지를 발간하기로 결정되어 지금 준비중이니… 』. 이 잡지가 바로 그해 10월 서울에서 간행, 첫 선을 보인 「가톨릭 청년」이고 천주교회보와 별지는 주교회의 산하 가톨릭 청년의 탄생을 돕기 위해 자진 폐간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가톨릭 청년 창간에 즈음하여 당시 서울교구장 라리보 원 주교는 5교구 출판부 위원장의 이름으로 천주교회보와 별지의 여러해 동안의 공적을 치하하고 종합적인 가톨릭액션을 위해 흔연히 희생한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시대의 징표를 앞서 읽고 그 징표를 많은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복음화를 추구하려했던 신도들의 자발적 의지의 결정체였던 천주교회보는 그렇게 대의(大意)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고 말았다.
『오늘날 여섯재 돌을 마지하매 한업시 깃부다. 가위 무조건하고 깃부다. 아즉도 숨어잇는 만천하의 뜻잇는 분이여 변변치 못하마나 이 기관을 통해서 우리의 정성을 한 곳에 모우고 우리의 행진에 손잡고 나아가자. 이것이 닐곱살드는 회보의 탄생을 축복하는 우리의 말이다』
창간 6주년을 노래한 이 기쁨은 곧 폐간의 슬픔이 되고 말았지만 천주교회보의 숙명적 미래는 그로부터 16년후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그 16년의 세월은 분명 아픔과 고통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그 16년 동안 천주교회보는 대명천지 밝은날을 기다리며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성숙시킨 인고의 세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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