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교회와 세계는 세기적 변화의 시기이자 2천년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서 있다. 2천년을 기점으로 열리는 제3의 천년기는 교회를 포함한 인류 모두에게 과거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한 변혁의 시기가 될 것이다. 보편교회의 수장으로 전 세계 교회를 이끌고 있는 교황은 교회에만 국한되지 않는 인류 전체의 정신적 지도자로 그 비중과 역할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이미 교서 「제 3천년기」를 통해 평화와 일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전면적인 준비를 촉구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특히 공산권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데 이어 세계 곳곳을 발로 누벼온 행동하는 교황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교황주일을 맞아 오는 10월로 재위 18년을 맞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열정적 행로와 궤적들을 살펴보고, 교서 제3의 천년기를 통해 드러난 미래 교회의 전망과 사상, 사목의 핵심적 요소들을 살펴본다.
생명 수호하는 회해의 파수꾼 되길…
‘새복음화’ 지향한 교황의 가르침
세계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제3천년기의 문을 여는 주인공으로 모두 인식하고 있다. 그가 20세기의 마지막 교황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자신이 1978년 교황 즉위 이래 1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끊임없는 가르침과 권고를 통해 『제3천년기를 준비할 것』을 상기시키고, 「새로운 복음화」가 20세기 말에 그리스도인들이 이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일깨워왔기 때문이다.
제3천년기에 대한 교황의 자의식이 세계로 하여금 『하느님께서 이 교황으로 하여금 제3천년기를 맞도록 했다』는 확신을 갖게 한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신이 교황직을 수락하는 순간부터 「제3천년기를 여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는 의식이 항상 차 있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의 이러한 의식을 천명하듯 즉위 후 곧바로 발표한 첫번째 회칙「인간의 구원자」의 첫제목을「2천년대를 마치면서」로 시작했다.
교황은 회칙「인간의 구원자」를 통해 『나에게 주어진 이 시기는 사실상 이미 서기 2천년에 매우 가깝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상당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시점에서 그 해가 인류사의 표면에 무엇을 남기게 될런지, 각 민족과 국가, 나라와 대륙이 무엇을 초래할런지를 말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어느 면에서 새로운 대림의 계절, 기다림의 계절을 맞고 있다』고 피력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제 채 4년밖에 남지 않은「제3천년기」를「화해와 일치」로 맞이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교황은 먼저 제3천년기를 준비하는 첫번째 작업으로「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제시했다.
교황은 왜「그리스도교의 일치」를 호소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세상의 모든 이에게 화해와 일치를 얘기하는데 있어 가장 훌륭한 증거와 모범이 바로「그리스도교의 일치」임을 교황 자신이 강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사도적 권고「화해와 참회」에서 『우리 시대의 인간들에게 화해와 참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현대인의 언어로 바꾸어 그 참 의미를 다시 찾아내자는 뜻이다』(1항 참조)고 밝히며 『전 인류 공동체와 특히 상처받고 분열된 부분과 분야의 사람들에게 화해』를 촉구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제3천년기를 준비하는 두번째 실천운동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보존하는「생명운동」을 제시하고 있다.
교황은 특히 낙태와 안락사 등 인간 생명에 대한 모든 억압 수단들을 단호히 배척하고 있다.
교황은 회칙「생명을 주시는 주님」에서「인간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 회칙에 2천년 대희년의 주제로「성령으로 잉태되신 그리스도」를 설명하며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인간화는 인간적 본성을 매개로 인류 전체, 보이는 것이나 물질적인 모든 것들도 함께 하느님과의 일치로 들어 올려졌음을 뜻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교황은「제3천년기」에서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들에 대해 낙관론을 펴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이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펴낸 최초의 수상집 제목을「희망의 문턱을 넘어」로 정하고, 『2천년대의 끝무렵인 지금 두려워하지 말고 그리스도께 문을 열어 희망의 문턱을 넘어서자』고 격려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또 교황 바오로 6세의 사도적 권고「현대의 복음 선교」에 이어 현대 세계의 복음화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종합한 회칙「교회의 선교사명」에서 『하느님은 복음의 새 봄을 준비하시며 우리는 이미 그 새벽을 보고 있다』라며 『새로운 복음화에 교회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자』고 촉구했다.
제3천년기를 희망의 시대로 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 나갈 것을 강조한다.
교황이 제시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은 바로「이웃을 생각하는 생활태도」이다. 「교회의 선교사명」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자기 자신과 지금까지 자기 소유였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될 것』을 호소할 뿐 아니라 회칙「사회적 관심」에서는 『단순히 교회의「남는 것」만 가지고 고통받는 이들을 도와줄 것이 아니라 교회의「요긴한 것」을 갖고서도 도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제3천년기의 새로운 구원사의 막을 펼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마디로 자신의 표현대로 『세상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이들 참된 그리스도인들의 것임』을 확신하고 살아온 분이라 하겠다.
◆ 재위 18주년 앞둔 요한 바오로 2세
순방 72회… 냉전 종식에 결정적 공헌
제2백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등극한지 오는 10월로 만 18년을 맞는다.
세기적 변환의 시기, 두 번째 천년기를 마치고 제3천년기를 채 4년도 남기지 않은 지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날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생명과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고 갈라진 형제들의 일치를 회복하기 위해 오늘도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평화의 사도, 생명의 수호자로서 교황은 로마 바티칸의 궁전에 앉아 있지 못하고 세계 정치와 경제의 핵심부만이 아니라 사막과 정글의 오지도 한웅큼의 주저함 없이 노구를 이끌고 길을 나서 왔다.
행동하는 교황, 자신이 직접 저술한 책의 제목과도 같이「행동하는 인격(人格)」으로서 교황은 재위 18년간 무려 72회의 해외순방길을 나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상을 향한 그의 참여와 행동의 신념은 세계 제2차 대전후 세계를 양분했던 냉전체제를 청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세계는 평가하고 있다.
1978년 10월16일 오후 6시 18분(한국시간 17일 새벽 2시18분) 흰 연기가 시스틴 성당 굴뚝에서 솟아올랐다. 전통적으로 새 교황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이 신호와 때를 같이 해 세계 각국 및 교회의 모든 신자들은 지축을 흔드는 환호 속에서도 놀라움과 당혹감을 금할 수 없었다.
제2백64대 교황으로 뽑힌 카롤보이티야는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공산국가 폴란드 출신으로 당시 크라코프 대교구를 맡고 있던 추기경이었다. 잠시후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새 교황의 모습을 보고 모든 신자들은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는 기도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둘로 양분된 인류를 하나로 맺으려는 하느님의 섭리라는 생각을 모든 그리스도교인들은 하게 된 것이리라.
공산권 국가 출신 교황의 탄생은 당시 냉전체제 안에서 교회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였고 실제로 교회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탄생을 통해 동서냉전의 빙하를 녹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즉위 이듬해인 79년 새 교황은 6월2일부터 8일간의 체류 예정으로 교회사상 처음으로 공산국가인 모국 폴란드를 방문한데 이어 83년과 87년 두 차례 추가 방문을 했다. 특히 교황은 89년 12월 소련·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와의 세기적 만남을 가짐으로써 이념적 반목과 냉전시대를 청산하고 전 인류의 화합과 화해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디딤돌을 놓았다.
이를 두고 당시 세계 언론들은 『논의 내용을 떠나 만남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중요성을 갖는다』고 평가하면서 『종교를 아편으로 거부해온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로마 가톨릭이 불화를 청산하는 첫 발』로 간주했다.
동서 분열의 십자가를 지고 세계를 누비며 세상을 향해 인간 존엄성과 생명, 평화의 가치를 외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 재위 18년을 맞아 6월 현재 모두 72번의 해외순방을 기록했다. 그중에는 84년과 89년 두 차례의 한국 방문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교황은 죽음의 문턱을 여러차례 넘나들기도 했다. 81년 5월13일 저격범의 흉탄에 쓰러진 교황은 두 번에 걸친 대수술과 93일동안 입원했다. 92년에는 소장에 생긴 종양과 담석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94년 5월에는 숙소에서 넘어져 해외순방을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매번 교황은 굳센 의지로 다시 일어서곤 했다.
이제 교황은 제3천년기를 여는 2천년 대희년의 준비에 보편교회가 한마음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 즉위 당시부터 교황은 자신이 새로운 천년기의 문을 여는 준비에 염두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쇄신에 버금가는 거대한 변혁의 인도자로서 다시 한번 교회사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세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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