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이 독자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것은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큰 아픔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수필과 콩트를 많이 쓰게 됐고 그럴 때마다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붙박이로 자리잡고 있는 희곡은 나를 질책하곤 했습니다』
전옥주(가타리나·57)씨는 그래서 이번에 펴낸 희곡집「꿈 지우기」(지혜네 간)가 유난히 사랑스럽다. 75년 첫 희곡집「낮 공원산책」, 3년 뒤인 78년 희곡선집「아가야 청산가자」가 나온 뒤 무려 18년만이다.
실린 작품은 모두 7편. 80년대 초부터 지난해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 중에서 엄선했다. 2시간 분량의 장편부터 채 한 시간이 못 되는 단막까지 골고루 골랐다.
표제로 실은 단막「꿈 지우기」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사람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온 가족을 사별한 두 친구의 이야기이다. 꿈을 지우면서라도 살아가야 하는 이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작가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들은 대개 사회풍자적이고 현실 비판적인 경향을 띠어 왔다. 이번 작품집에서도 부조리한 사회구조와 풍토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꿈 꾸는 의자」는 비판적인 작가의 시각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체로 이번 작품집에서는 세상을 보는 그의 눈매가 전작들에서보다 훨씬 따뜻한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장 최근 작품으로 한 시골 간이역을 배경으로 한「간이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에 대한 향수가 잔잔한 미소를 던져준다.
전옥주씨가 희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여고시절 연극에 대한 애정이 싹트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로 진학, 본격적인 희곡작가 수업을 시작했고 스물세살 되던 해 희곡작가로 등단했다. 그는 작가로서만 아니라 직접 연극에 출연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직전에는 극단「동인」의 대표, 이듬해에는 소극장「연극촌」을 운영하기도 했다.
희곡을 최상의 문학이라 생각했고 지금까지 서른 다섯해를 희곡작가로 외곬의 삶을 살아왔던 그이지만 희곡에 대한 독자들의 사랑이 크지 못한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으로 하여금 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희곡에 대한 열정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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