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4월 1일
1949년 4월 1일 천주교회보가 속간되었다. 당시 천주교회보「속간사」를 잠시 살펴보자
『너무도 오래된 일이다. 속간이라할까 창간이라할까 본보가 다시 나오게 되니 속간이요 새나라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되니 창간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이 한결같이 한가지이니 이름도 천주교회보 그대로요 호수도 계승을 하였다』
1933년 4월 1일 창간 6주년 기념호를 폐간호로 기록할 수 밖에 없었던 천주교회보가 16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새 나라에서 새 출발을 한다는 속간사 선언 그대로 천주교회보는 제호도 호수도 창간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새 나라에서의 새 출발은 바로 8ㆍ15 해방을 의미하고 있다.
천주교회보가 교회와 사회적 여건에 따라 할 수 없이 폐간하고 말았던 그 16년의 세월동안 이 땅은 만주사변, 지나사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마주했다. 제국주의 일본은 철저한 탄압으로 종교의 자유까지 속박, 천주교회보의 부활은 꿈조차 꿀 수가 없었던 시기였다.
『16년 자던 꿈을 홀연히 깨고 보니 나라도 새 나라요 목자도 새 목자시다. 감개도 무량하거니와 희망도 한이 없다. 갈 길이 멀지라도 갈림길이 있겠는가. 1은「소식보도」요, 2는「보조일치」요, 3은「조국성화」다. 창간의 정신 그대로가 속간의 정신이다. 그러나 국면은 크게 다르고 정세는 크게 다르다. 굳게 단결할 때요 힘차게 날아갈 때다』
이어지는 속간사에서 천주교회보는 창간의 3대 목적 가운데 하나인「의견교환」이「조국성화」로 바뀌었음을 선언하고 있다. 조국이 양단되고 인류가 냉전속에서 허덕이는 이 때야말로 창간의 정신을 선양하고 이를 실천하며 증명할 때 임을 강조한 속간사는 사명이 크고 중함을 통감함이 금할바 없으니『가톨릭 청년은 분열히 일어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해방후 일본인 하야사카 주교에서 주재용 신부를 거쳐 약 1년간 대구교구장을 겸하고 있던 서울대교구의 노기남 대주교는 천주교회보 속간을 축하하는 글을 통해 새 나라는 진리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특별히『청년은 가톨릭 신자의 중추분자이며 청년이 행동할 시대는 바로 이 때』라고 충고했다. 또한 청년제군들의 열열한 활동이 있음으로써 천주교회보가 훌륭하게 발전될 것을 강조한 노 대주교는『굳은 신앙과 열열한 애국심을 발휘하야 천주교회보의 중대한 사명을 다 하기를 축복』했다.
천주교회보 속간호 제74호는 가톨릭 신자의 중추분자로서 청년들의 분발을 그 어느때보다 촉구하고 있다. 물론 천주교회보는 1927년 남방청년회라는 청년들의 모임이 주축이 되어 창간되었고 교구의 기관지로 승격한 후에도 간행과 관련한 제반 숙제는 청년들의 몫이었다.
천주교회보는 속간을 통해 이 같은 청년들의 책임과 의지를 더욱 확실하게 부각하는 것과 동시에 천주교회보 3대정신안에「조국성화」를 새로운 정신으로 삽입했다. 이는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자 마자 다시 분단의 아픔에 직면한 당시 상황속에서 분단의 아픔을 조국의 복음화를 통해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선택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내일의 교회와 사회의 주인공인 청년들에게 교회의 책임적 자세를 부여했다는 것, 또 조국의 성화 즉 복음화를 통해 민족통일의 길로 나아가고자 했다는 것 등등. 속간하는 천주교회보의 특별한 선택은 여전히 청년들의 교회참여 문제가 남아있고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는 조국과 교회 등 오늘의 현실안에서 한 가지 물음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교회는 무엇을 했는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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