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신앙의 길벗인 배달순님의「성 김대건 신부」는 그의 각고(刻苦)의 결정(結晶)으로서 내가 이 작품을 읽은 느낌은 그가 이 제재와 그 형상화에 쏟은 정열과 의지와 인고(忍苦)는 그야말로 초성적(超性的)이었다고 하겠다.
그가 나에게 보낸 글발에서 『작품의 성패는 두고라도 이런 성스러운 작업에다 제 혼을 불사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하느님의 그 측량할 바 없는 뜻에 무한한 감사와 더불어 우리 순교자들의 그 영령(英靈)을 향한 더욱 짙고 깊은 공경심과 애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저는 글을 쓰는 고통과 기쁨과 그 소명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라는 술회만을 보아도 그는 이 작업을 통하여 시와 삶과 신앙의 합일에 도달하였다고 보겠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로서 왜냐하면 작중 인물이 일반적인 위인이나 영웅이 아니라 진리를 증거하여 목숨을 바친 성인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기에는 일반적인 시적 상상력이나 감성만으로는 이뤄질 수가 없고 한마디로 말하면 그 작중 인물인 성인의 신앙의 경지가 자기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시인의 시와 삶과 신앙의 이른바「거듭남에서」이뤄진 이 작품은 우리 가톨릭 문학에 있어서 뿐 아니라 한국 시문학에 있어서 정채(精彩)를 발한 것을 나는 믿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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